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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 Apr 16. 2024

밑동

벌목된 채 썩어가는 나무 밑동을 뛰어 넘으며

코를 틀어 막아도 풍겨 오는 악취를 맡으며

신발 밑창에 들러 붙은 끈적한 진액을 떼어내며


바람은 하소연처럼 낮고 음울하고

햇빛은 그저 견딜 수 없이 뜨겁기만 하고

내리기 시작한 빗물이 모든 것을 부패시키고


네게 베인 상처가 참을 수 없이 아린 순간

나무 밑동에서 불현듯 송진향이 나는 것 같아 뒤돌아 보면


밑동 구멍 가득히 사슴벌레가 축제를 벌이네

모여든 나비가 아름답게 춤추네

갓 성충이 된 장수풍뎅이가 부부가 되네


고통이란 무엇인가

어찌할 수 없는 도끼는

누구 손에 도끼질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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