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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 May 23. 2024

이중생활

밤이 되었습니다

바깥은 어둡지만 실내는 환합니다


컴퓨터를 켜 게임을 합니다

새벽이 될 때까지 악마를 학살합니다


해가 뜨려 합니다

바깥이 밝아옵니다


시체에서 악독한 심장을 도려낸 강인한 영웅이

귀환하기 위해 주문을 읊습니다


환대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영웅은 무기를 내려놓습니다


이제 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바깥은 아침입니다


교통카드를 챙겨 들고

돈을 벌러 가야 합니다


악마를 학살하던 영웅이 

버스를 타고 출근이라니

거기다 환승까지 해야 한다니


아침 햇살은 유리창에 얼굴을 비춥니다

초췌한 음영으로 얼룩진 얼굴을


당신과 내가 유일하게 공유하는 것은

출근길의 얼굴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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