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했지
줄을 그어 놓고 하루종일 생각했어
어느 날은 대화를 하다
나도 모르게 그날의 구절을 흘려 버렸고
상대방은 그 구절 너머
나를 바라보며
나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렸지
나는 그렇지 않은데
그저 그 구절에 감동받은 독자일 뿐인데
몇 달을 더
그 구절로 말미암아 말할 수 있었고
그 구절이 나를 이루도록 허락했지
그리고 오늘은
또 다른 구절에 줄을 그었어
그러니 나를 읽으러 와
오래된 책처럼 꽂혀
때를 기다리는 내 몸
선명한 나이테를 읽으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