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크하드 Jan 16. 2024

백일휴가의 군대 복귀 하루 전

그림 - 결혼 후 나의 애창곡 베스트 3

입 짧고 잠 없는 망아지가 드디어 돌이 지났다.

단유에 성공한 것이다!!

마침 내 생일날이어서 

"생일날 난 안 들어오겠다. 밤새 친구들과 놀기가 내 생일 소원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나를 찾지 말아라"

난 신랑에게 엄포를 놓았다.

신랑은 한마디만 더 하면 죽일 것 같은 내 눈의 살기를 읽고 24시간 베이비시터역을 받아들였다.


간만의 화장과 얼마 만에 하얀색 옷을 입어보는지 한껏 들떠 치마에 높은 통굽까지 거기에 기저귀 따윈 들어가지 않는 작은 손가방을 들었다.

애인과의 데이트 전에도 이렇게 심장이 나댔을까?

당시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였고 신랑은 너무 바빠 토요일도 출근할 정도였다.

산후조리원 1주, 산후도우미 2주 그 후의 육아전쟁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신생아 때는 집안에만 갇혀 유일한 외출이 재활용품이랑 쓰레기 버리러 갈 때였고

신생아 지나서는 너무나도 건전한 키즈카페, 문화센터, 마트 이 세 곳 뺑이치기였다.

아이들은 얼씬도 못하는 암흑의 세상과 화려한 빛이 나를 감싸는 지하세계에 갈증이 나있는 상태였다.

친구들은 내 생일인 만큼 나에게 약속 장소를 물었고

아이와는 외식생활이 절대 불가능한 불판이 판을 치는 1차 곱창을 시작으로 왁자지껄 포차에서 생맥주 들이켜기가 2차, 3차는 밤사(밤과 음악사이)로 착착 진행이 되었다.


사실 내가 제일가고 싶은 곳은 노래방이었다.

지하세계에서 진성, 가성, 두성까지 터트리며 육아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었다.

1차에서 2차 사이, 2차에서 3차 사이, 나는 점점 술에 취해 노래방 가자고 친구들을 꼬셨고 친구들은 노래방만은 가지 말자며 거절했다.

친구들은 노래방은 이십 대 때나 가는 거지 삼십 대 때 정신줄 놓고 부르기엔 멋쩍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간 타협점이 된 게 3차로 밤과 음악사이였다.

3차로 간 밤사에서 가벼운 음주가무를 즐기고 나오니 이미 밖은 새벽 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자정을 지나 3차까지 달렸으니 하루살이 자유부인인 쟤도 어느 정도 욕망이 충족됐겠지 싶어 이제 슬슬 집에 돌아갈 낌새를 보이는 친구들.

나도 화려한 네온사인과 심장박동을 울리는 노래가 나오는 스피커로 무장한 밤과 음악사이 정도면 내 갈증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늘 아니면 내 노래방 탈출기는 언제 가능할지도 모르는 사안이었다.

나의 조바심은 친구들의 잦은 거절로 억울함까지 가게 됐고 나는 거리 한복판에서 결국 울었다.

"노래방 가고 싶어. 엉엉" 

결국 내 추함의 밑바닥까지 보여줬구나.

친구들은 그제야 나의 노래방을 항한 욕망 덩어리 크기를 알게 됐고 그날 결국 노래방을 마지막으로 새벽별을 보고 아침 버스 첫 차를 타고 귀가했다.


지금도 유흥가 한복판에서 노래방 가고 싶다고 엉엉 울었던 내 얘기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화자 되고 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때의 난 처음으로 받은 군대 휴가가 끝나가는 복귀 하루 전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다.ㅎ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그렇게 엄마가 된다. 독한 엄마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