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당신을 망아지로 임명합니다.
아기가 몇 살이에요?
아기엄마들이 친분을 시작하는 마법의 첫 질문?
우리 첫째는 아기엄마도 아닌데 놀이터에 가든 공원에 가든 일단 입성하면 레이더로 자기 연배를 찾는다.
그리고 다가가서 "너 몇 살이야?"라고 물어보고 처음 보는 아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논다.
절대 삼십 분 이상 혼자 놀지 않으려는 사회성갑 언어유희천재 그게 바로 우리 첫째다.
망아지 쪼꼬미시절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엄마' 다음으로 '같이 놀자'였다.
커서도 그 버릇은 여전하다 항상 누가 옆에 있어야 한다.
목욕할 때도 누가 같이 탕에 들어와야 하고 어쩔 땐 똥 눌 때도 혼자 화장실에 있기 싫다고 굳이 둘째를 데리고 들어간다.
혼자서 절대 놀지 않는 첫째 영유아기 때는 너무 힘들어서 핸드폰 동영상을 보여주면 상습적으로 '이거 봐봐' 하며 굳이 방으로 찾아와 보여준다.(엄마 혼자 있고 싶어서 쥐어준 핸드폰인데 혼자 있게 놔두질 않는다.)
'엄마는 관심 없어. 엄마는 쉬고 싶어' 하면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갔다가 고새 까먹고 또 들어와서 같이 보자고 한다.
첫째가 대여섯 살 때는 한창 주저리주저리 수다 떠는 게 낙이여서 차로 이동시 같은 차 안에서 엄마아빠 대화 좀 하려 하면 자기 말은 왜 안 들어주냐고 삐지고 달래면 몇 시간이고 나불대서 하차할 때쯤엔 귀에서 피가 날 거 같고 이명이 들릴 지경이었다.
한 번은 어린이집 엄마들, 아이들이랑 하원 후 간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다 아는 얼굴의 친구여서 한층 업 된 우리 망아지는 친구랑 조잘조잘 댔다가 간간이 엄마도 부르고 길거리에서 춤도 췄다가 노래도 부르고 하는 정신산만 한 모습에 아들 가진 엄마가 나보고 대단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첫째가 활발한건 알았는데 저 정도로 나대는지는 몰랐다고 같이 가는 동행 길에 자기는 정신이 나갈 뻔했다고
혀를 내 둘렀다.
또 한 번은 동네엄마랑 딸이 우릴 집에 놀러 왔을 때였다.
친구랑 우리 집에서 놀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첫째는 오자마자 친구 손을 잡고 자기 방으로 직행하고
엄마들끼리는 거실에서 편안하게 커피타임을 가졌다.
한참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을 때 자꾸 동네엄마 딸이 우리 커피 마시는 테이블에 오길래 엄마들끼리 대화해야 하는데 왜 자꾸 테이블로 오냐고 물었더니 첫째가 말이 너무 많고 너무 놀자고 해서 힘들다고 쉬고 싶어서 찾아온 거라 답하는 아이.
궁금증에 첫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너네 반 여자애들 중에 네가 제일 활발하지? " 물었더니 그렇다는 첫째.
애들이 자꾸 놀다 보면 힘들다고 의자에 앉아 쉰다고 한다. ㅠㅠ
엉덩이는 어찌나 가벼운지 티브이를 보면서도 물구나무를 서질 않나
밥을 먹으면서도 눈이 심심한지 책을 보면서 먹는 멀티가 가능한 정신산만 한 내 딸.
혼자 못 놀고 혼자 안 쉬고 한 가지 말고 두 가지 정도 동시에 해야 직성이 풀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