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2. 09. 일기장
결혼 15년차에 처음으로 명절날 시댁에 안갔다.
이유는 우리 집에 들이 닥친 역병.
시작은 한달 전 둘째 강아지의 기침에서부터 시작.
소아과에서는 기관지염에서 폐렴 사이라며 조심하라고 약을 지어주었고
일주일 후 다시 방문한 소아과에서의 반전!
둘째 강아지는 거의 나았고
첫째 망아지가 기침소리가 예사롭지 않더니만
폐렴 확정!!
육아 10년차에 처음으로 아이에게 온 폐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멘붕.
일단 소아과에서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소견서를 써주셨고
바로 다음날 집근처 대학병원 방문.
다행히 입원은 안할 정도이며 2주일정도 통원치료를 하라는 진단.
그렇게 우리 네 식구의 생이별이 시작되었다.
폐렴 전염성에 격리코자 둘째는 친정에 1주
그 다음 1주는 시댁행.
다행히 엄마를 안 찾고 잘 떨어져있는
둘째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2주만의 가족 상봉.
드디어 일상을 찾았나 싶었는데
나에게 몇년 만에 찾아온 몸살과 오한.
단순 몸살인줄 알고 5일을 쌩으로 집에있는 비상약으로 버팀.
지금 생각해보니 멍청하기 짝이 없다.
5일동안 38.5도 언저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병원가기 귀찮다고 해열제 먹고 버티다니.
구차한 변명이라도 하자면
1주일 둘째 기관지염 통원
그 다음 2주는 첫째 폐렴 대학병원 통원에
병원이라면 아주 진절머리가 들어서 가기 싫었다.
웃긴게 5일동안 열나면서도 병원가기를 미루더니
5일차 아침에 둘째가 콧물이나고
가래를 한번 뱉었다고 모든 일을 제쳐두고
오전 일찍 소아과 방문했다는 점.
엄마가 이렇다. 자기 몸은 소홀히 대하면서도
아이의 재채기 한번에도 옷을 얇게 입혔나?
날이 춥나? 온 걱정을 다 하는 무지렁이.
어쨌든 모녀 손 꼭 붙잡고 간 소아과에서는
둘째보다 내 숨소리가 더 걱정이라며
아이고 어머니 5일동안 열이 나는데
병원 한번 안가시면 어떡해요.
하며 무지함을 들었고
엑스레이를 급히 찍자 하셨다.
결국 나 역시 폐렴 진단.
첫째 병간호를 온전히 홀로 받아내면서
전염된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는 이제 헛웃음만 나오더라.
그렇게 조심했건만 온 가족이 다 걸리는구나
푸 신랑도 2~3일전 몸살과 기침증세
(다행히 열이 2일만에 잡혀서 굳이 엑스레이를 찍어볼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둘째는 잠재적 폐렴진단 대기자
(나에게 옮은 건지 기관지염인지 모를 숨소리)
벌써 한달째 가족들이 돌아가며 기침, 가래 중이니
에라이 모르겠다.
이번 겨울은 아주 망했구나 싶었다.
결국 이번 명절 며느리는 합법적 양가 방문 제외.
더 이상의 감염자가 나오지 말자는 차원에서
집에서 격리 요양 중이다.
하지만 슬픈 사실은 아픈 내가
지금 집에서 둘째를 간호를 하는 중이라는 것.
명절동안 병원가기도 녹록지 않는데
열이 오를까 수시로 열 체크에 면역력 강화를 위해
온갖 고기 반찬 대령에 실내 온도 계속 관리 중.
엄마가 아프면 간호해 줄 이가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 그지없다.
아니다~ 간호 해 줄 이 없어도 되니 격하게 혼자 있고 싶다.
몸이 쇠약하니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그리고 냉장고를 파먹어도 되니
내 입만 신경쓸 수 있는 셀프병간호가 하고 싶다.
- 다음 화에는 첫째 망아지의 2주간 병간호 에피소드를 올릴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