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1. 15. 일기장
소아과 방문 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들었으니
둘째 강아지는 기관지염, 중이염도 다 나아 약을 그만 먹어도 된다는 굿 뉴스.
첫째 망아지는 기관지염에서 폐렴으로 확진을 받은 배드 뉴스.
결국 큰 병원에 가보라고 진단이 내려졌다.
아이들 폐렴은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하는지 멘붕이 왔다.
어느 대학병원으로 가야 하나~
그리고 첫째가 입원하게 되면 둘째는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둘째는 다 나았는데 첫째에게 다시 옮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그 순간 환자 망아지의 첫 질문
"엄마, 나 대학병원 가면 입원해야 돼?"
"몰라~~ 그건 가서 선생님이 보고 결정해 주는 거야~"
"나 입원하게 되면 유튜브 볼 수 있는 거야?"
지금 유튜브가 중요하니?? 지금 입원을 하게 되면
엄마는 둘째는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 죽겠는데!
응!! 난 그게 중요해!
엄마가 많이 아플 때는 유튜브 봐도 된다고 했잖아.
입원하게 되면 링거도 맞아야 하는데
너 주사 싫어하잖아. 그래도 입원하고 싶어?
응. 유튜브를 볼 수 있다면 난 참을 수 있어
아~~~ 오!! 정말 망아지다운 생각이구나.
아플 때는 유튜브에 허용적인 엄마를 너무나 잘 아는 망아지.
수시로 하는 기침에 4일 동안 집에서
로블록스/유튜브/TV 보기 로테이션 요양 생활을 즐긴 망아지.
웃기게도 밥도 토할 정도로 미친 듯이 기침을 하다가 영상을 보면 기침을 안 한다.
왜 안 하냐니깐 유튜브 보면 재밌어서 웃느라 기침을 참을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서 참을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기침과 사랑이라고 했는데 기침이 참아지다니~~
유튜브가 만병통치약인 첫째 망아지.
과거 첫째 3돌쯤 애 낳고 처음으로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친구와 해외로 놀러 갔었다.
낮에는 잘 놀다가 밤에 잘 때마다 엄마 보고 싶다고 대성통곡해서 할머니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장난감, 먹을 것으로 아무리 달래도 진정이 안 됐던 첫째에게 아빠의 강력한 한마디
"유튜브 보여줄까?" 하면 눈물을 뚝 그쳤다는 망아지.
바로 다음 날로 집 근처 대학병원으로 진료가 잡혀서 진료 날 아침부터 모녀는 바빴다.
평소 애착인형 따위 키우지 않는 애가 집에서 가장 작은 인형을 꼭 갖고 갔다.
그걸 안고 있음 주사 맞을 수 있을 것 같단다.ㅠㅠ
병원 진료 결과,
폐렴이 많이 심한 건 아니어서 통원치료로 결정이 났고
입원치료가 아님에 엄청 실망하는 모습에 갑자기 콧웃음이 나오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딱 첫째 나이 때 폐렴이 걸려서 병원에 한 달이나 입원했었는데
맞벌이셨던 엄마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상심 가득한 얼굴이었는데
나는 학교를 안 가도 된다는 생각에 신나 있었다.
' 첫째도 저런 거 보면 참 나랑 닮았구나. 나도 참 그땐 철딱서니가 없었구나~ '
친정엄마가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내가 아이 엄마가 돼서 느끼고 있다.
또 생각나는 건 며칠 째 늦게 들어오시는 맞벌이 엄마를
그날따라 열이 나서 뜬 눈으로 현관문만 바라보며 아픈 걸 꾸역꾸역 참았다.
그렇게 아프면 다른 방에서 주무시는 아빠를 깨우면 되는데
오로지 엄마만 맹목적으로 기다렸었다.
아픈데 울음을 참고 조용히 눈물만 흘리면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그제야 "엄마 나 아파" 하고 엉엉 울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의 병원 생활은 시작되었고 엄마에게 한껏 어리광 부리고
짜증도 내고 항상 같이 있어 신나 했던 나의 어린 시절.
첫째 폐렴 확진 후 둘째는 바로 친정에 1주간 격리되었다.
동생 안 보고 싶냐는 질문에 단칼에 안 보고 싶다는 첫째 망아지.
엄마를 독차지해서 좋아.
동생이 6개월간 할머니네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답하는 나의 첫째 딸.
딸 셋 중 막내딸로 태어나 항상 엄마의 사랑이 고팠던 나의 어린 시절 갈망이 생각났다.
엄마가 된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이 맘껏 사랑을 줄 때라는 것을~
그래도 6개월은 좀 심했다. 망아지 첫째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