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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Sep 19. 2024

술안드시는 시댁친척 20명앞에서 며느리, 술을 시키다!

< 2024. 07. 14. 일기장 >


푸파파는 부자다.

친가, 외가 식구들 숫자가 많은 부자!


10개월의 불 같은 짧은 연애를 마치고 치른 결혼식 날 마지막 절차인 친인척분들과 기념사진 찍을 때

연애시절 예비 시댁 친척 식구들이 많다는 건 푸신랑을 통해 들었지만 

줄줄이 사탕처럼 나오는 친척들 숫자에 순간 뇌 정지.

시댁 친가 6남매 / 외가 7남매 거기다 조카와 사촌까지 합쳐 50명은 넘었던 것 같다.

꽉 찬 프레임에 사진작가분도 좀 당황한 표정이셨고 끊이지 않고 나오는 친인척분들의 숫자에 

하객분들도 놀라는 느낌~~^^;;

시댁 어르신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망.했.다.' 란 생각을 하며 짧은 연애사를 찰나 후회하며 웨딩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7월 주말 어느 날 푸신랑 외할머니 생신으로 20명이 넘는 시댁 외가 친척 분들이 고기뷔페식당에 모였다.

항상 별말씀 없이 인자한 표정으로 만날 때마다 아이들 용돈도 쥐어 주시는 외할머니 생신이니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그리고 밖에서의 한 끼 외식 모임이니 크게 부담은 없었다.


해가 갈수록 노쇠해지는 외할머니는 이제 누가 부축해주지 않으면 거동을 못할 정도로 나이가 드셨다.

옛날부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푸파파,

외할머니를 부축해서 상석에 앉혀 드리고 

예쁜 증손주 둘째 애교를 선보이고자 외할머니 바로 옆에 앉히는 것까진 좋았다. 


그리고선 내가 눈치도 못 챈 사이 시아버님과 여동생 내외 가족이 앉아있는 

테이블 하나 남은 좌석에 앉아 버리면 어쩌라는 건지...


둘째를 외할머니 옆에 이미 앉혔는데 며느리인 나의 자리는??

바로 외할머니 맞은편 좌석에 당첨!!


4인 좌석에 외할머니, 시어머님, 최연소나이 둘째 중에 고기 집게를 잡을 사람이 나 밖에 더 있나?!

그때부터 고기 굽기부터 고기리필 및 샐러드바 셀프바까지 온갖 시중이 시작되었다.


         < 나 돌아갈래~~~~~~~ >


뷔페시간 2시간이 무슨 정신으로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금방 타버리는 양념갈비를 뒤집고 자르고 

앞에는 외할머니와 옆에는 시어머님 

그리고 맞은편에는 혼자 먹기 아직은 버거운 둘째 식사 시중까지 손이 열개라도 모자란 상황!


쭈마마는 고기 한점 못 먹고 불 앞에서 고기 집도질을 하고 있는데

푸파파는 맨 끝 테이블에서 매제가 구워주는 고기를 입 터지게 쌈 싸 먹고 계시고(?)

쭈마마는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야채, 쌈장, 고기 등 리필하느라 종종걸음으로 열 번 넘게 왔다 갔다 하는데 

푸파파는 여동생의 도움으로 편하게 앉아 느긋하게 얘기까지 나누는데~~

진짜 이럴 때는 정말 십 년 넘은 결혼을 무르고 싶을 정도로 부아가 치미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고기 굽다 열불 나서 술 안 드시는 시댁 친척 스무 명 앞에서 당당히 술을 시켰다.


사장님, 여기 생맥주 한 잔이요!!

어머님, 고기 구우니 너무 덥네요~~
생맥 한 잔 마실게요.

 

참고로 시댁 외가 친척 분들은 다들 술을 안 드셔서 매번 모임 때 탄산음료만 시켜 드신다.

며느리의 열과 화로 벌거진 얼굴을 보시고선 어머님도 당황하셔서


어!! 그래그래~~ 덥겠다. 시켜라!!
고기 먹을 땐 느끼해서 술 한잔 먹어 줘도 좋아~

그제야 와이프 눈초리에 눈을 마주치고 아는 체를 하는데 

이 눈치 없는 놈아~~ 이제 너도 내 눈치 좀 봐라 하는 자세로 당당히 쌩까고 시원한 생맥주로 화를 진화.

그리고 돌아오는 안에서 최대한 차분한 어투로 입을 뗐다.


할머니 생신이고 평소 좋으신 분이셔서
고기 굽는 것까진 괜찮았어.
하지만 아직 둘째가 어리잖아.
자기는 본인 먹느라 신경도 안 쓰고!!

오죽하면 어머님이 나보고 
고기 굽고 애들도 챙기고 너무 고생했다고
다음에 또 같은 상황이 온다면
그 자리 앉지 말라고 하시더라~~

미안! 신경을 못썼네~~



라고 말하는데 나는 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반복 된다는 것을~~

외모는 머슴과 인데 자라온 환경은 귀공자 버금가는 푸파파에게 넉살은 있지만 눈치는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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