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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3시간전

그들이 보낸 명절-36시간 사육 VS 9시간 음주가무

36시간의 사육 그리고 3시간의 코인노래방과 6시간의 찜질방

< 시댁에서 보낸 명절 - 사육 36시간 >

어머님은 손이 크시다.

매우 크시다.

제사가 없는데 매년 제사를 보내는 것 같은 음식들의 향연~~

가을 밤이 들어간 잡곡밥에 기본 반찬수만 10가지 이상!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미역국 / 어른들을 위한 칼칼한 육개장 / 그리고 메인메뉴 소불고기까지~~

이 나열해 놓은 음식들이 한 끼 식사라고 하면 어머님의 손의 크기를 짐작하실까?!

우리 친정은 반대로 손이 작아서 아마 저 정도의 메뉴 가짓수였다면

쌀밥에 기본반찬수 5가지 그리고

아침 미역국

점심 육개장

저녁 소불고기

이렇게 배치해서 먹었을 것 같다.ㅎㅎㅎㅎ

시댁의 상차림에 비례하는 며느리의 설거지거리!!

미친 듯이 설거지를 마치고 한두 시간 흘렀을까?


오후 3시쯤에 어머님이 다시 비장한 각오로 주방에 입성하셨다.

어머님이 준비한 송편 빚기에 아이들 투입!!

추석 명절분위기는 제대로 났다~~~

그리고 송편을 찜기에 넣고 이제 저녁을 준비하자 하신다.

저녁은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을 계획!!

남자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당에서 숯불을 피워 푸파파와 고모부가 목살을 굽기 시작!!


근데 아버님이 한구석에서 갑자기 아무 말 없이 감자를 꺼내 강판에 갈고 계신다.

( 강원도가 고향이신 아버님의 최애 음식은 감자전!! 다 갈아놓은 감자를 바로 프라이팬에 구우시는 어머님. )

빛의 속도로 감자전 5장을 부치시고는 불현듯 오징어해물부침을 해 먹자 하신다!!

송편을 이미 먹고 있는 아이들과 감자전을 애피타이저로 먹은 어른들!

( 난 아직도 거한 점심이 위에 남아있는 느낌인데.... ㅠㅠ )

어머님을 말리는 쭈 며느리~

어머님!! 감자전도 먹었겠다~ 그리고 고기도 먹어야 하니
해물부침은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그때 부쳐 먹어요.

겨우 어머님을 진정시킴 ㅎㅎㅎㅎ

시댁은 시골이라 차 없이는 나가지도 못한다. 나갈 수가 없으니 시댁서 오로지 먹기만 했던 것 같다.

다음날 기어코 해물파전까지 부쳐 먹고 나서야 해방!! 

감사합니다. 어머님~~

1박 2일 동안 먹기만 했더니 몸이 부은 것 같기도 하고 옷에는 종갓집 제사 치른 며느리 마냥 

옷에서 기름내가 진동을 하여 얼른 우리 집에 가서 디톡스를 하고 싶었다.

어차피 우리 집이 친정 가는 길목 중간에 있어서 옷도 갈아입고 시간도 늦었으니 집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친정에 갈 계획이었다.

그리고 푸파파에게도 미리 알렸건만.

사육 36시간 해방에 몰려오는 피로감과 식곤증에 차 안에서 깜박 졸았는데 

다 왔다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친정 집 앞 주차장.

이날 큰언니는 밤에 시댁으로 넘어가는 스케줄이라 내일 도착하면 얼굴 못 본다고 

오지라퍼 푸파파의 모녀납치사건이었다

그것도 에어컨이 고장난 무더위 소굴로~~~ㅠㅠ



< 친정에서 보낸 명절 - 음주가무 9시간 >

푸파파의 범행 덕분에(?) 원래 계획이었던 시댁 1박 2일, 친정 1박 2일은 무산되고 

친정에서 2박 3일로 강제 연장!!

거기다 우리 친정식구들은 딸부자라 모이면 12명이 된다.

12명이서 거실에 모여 먹고 자고 하는데 문제는 

여전히 더운 가을날과 아직도 고장 나 있는 에어컨.

1박 2일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2박이 다 되어가자 이탈자 발생.

커피숍에 가든지 슈퍼에 가든지 그렇게 뿔뿔이 그리고 간간히 외출을 즐기더니 

푸파파의 제안으로 급기야 열대야에 10명이 넘는 식구가 코인노래방에서 3시간을 죽치고 놀게 됨.

둘째 강아지는 노래방에서 하츄핑 열창에 온몸이 땀에 절음 ㅎㅎㅎ

명절 내 3박 4일 동안 집이 있는데도 들어가질 못하고 

다른 집에서 방랑자 생활을 하니 어른이나 애들이나 갈아입을 옷이 동나 꾀죄죄 그 자체.


명절 마지막날 쭈마마가 낸 묘책은 찜. 질. 방.

찜질비는 푸사위가 부담.

친정엄마는 치맥을 쏘셨다.(찜질방에서의 치맥은 진짜 기가 막혔다.)

부모님은 에이컨이 있는 여기가 지상낙원이라며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야 하나 농을 던지시고

쭈마마는 몇 달 전 나 혼자 애 둘 데리고 왔을 때는 즐길 수 없었던 사우나를 실컷 즐김.

소금방, 황토방, 아이스방을 돌면서 명절 내 부은 몸과 만성근육통을 위로.

( 어머!! 나 찜질방을 좋아했었네^^ )


그렇게 1차전 찜질방에서 3시간 그리고 2차전 목욕탕에서도 3시간이 걸렸으니 그 이유는 첫째 망아지 때문!!

입장 하자마자 냉탕으로 입수한 첫째는 이미 찜질방에서 얼굴과 나이를 또래 아이들과 

그렇게 1시간 30분을 쳐 놀더니 결국 얼음장으로 변한 몸뚱이를 쭈마마가 끌고 나와 따뜻한 물에 씻김.

씻기고 말리고 입히고 하니 목욕탕에서 3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어쩌다 보니 코노에서 3시간 찜질방에서 6시간!!


< 에어컨은 없지만 에피소드는 난무한 친정에서 보낸 추석의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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