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9 금

2학년 2학기

by Chris Paik 백결

오랜만에 아주 깊게 잤다. 스타필드에서 집에 오면 게임도 하고 그네도 타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곧바로 잤다. 저녁 8시에 자서 다음 날 아침 6시에 깼는데 말 그대로 기절이었다. 너무 개운하고 아침에 기분이 좋았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2025년에 금요일은 한 번밖에 남지 않게 된다.

학교가 아주 지루했다. 할 게 없다. 영어 시험 점수를 확인하고 싸인을 했는데 내가 가채점한 것보다 2점 더 낮게 나왔다. 그래서 답안지 확인해 보니 서술형에서 weaving이라고 써야 하는 것을 waving이라고 쓴 탓에 오답 처리가 된 것이다. 작년에는 스펠링 하나 틀리는 건 부분 점수를 줬었는데 이번엔 그런 게 없는 듯했다. 담임 샘이 영어 샘인데 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그날 학교가 끝날 때까지 담임 샘 앞에서 눈을 깔고 다녔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는데 담임 샘이 나를 너무 한심하게 볼 것 같아서(1년간 네 번의 시험에서 발전 없이 허탕만 친 업보가 있다)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샘을 찾아가 이제야 선생님의 시험 특징과 올바른 공부 방법을 찾았으니 내년에 3학년 영어를 맡아달라고 했다.

뭐, 늘 시험은 항상 아쉬웠다. 좀만 더 잘할걸. 좀만 더 집중할걸. 이 문제집도 풀어볼걸. 이때 이걸 하지 말고 이때 이걸 할걸. 그런데 이번 시험은 좀 다른 아쉬움이었다. 사문 개념 정리할걸. 수학 모의고사 문제들 풀어볼걸. 영어 지문만 외우지 말고 수업 때 선생님이 제시한 summary까지 꼼꼼하게 봐둘걸. 독서 문제 잘 읽고 선지 다섯 개 다 확인할걸. 시험 전날에 정신 못 차리고 지랄하지 말고 공부해둘걸…. 이 일기에서만 정신 차리자는 말을 몇 번째 하는지 모르겠다. 나 분명 서울대 노리는 애 아닌가? 이렇게 해서 서울대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지금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나, 혹시 윈터스쿨만 가면 180° 달라질 거라고 100% 확신해서 그때만 기다리는 건가?

아, 체육 시간에 좀 기분이 나쁜 일이 있었다. 체육 시간에 남자애들은 모여서 배구를 하고 여자애들은 옹기종기 앉아 있는다. 근데 문제는 얘네가 배구 코트 주변에 앉아 있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이 필연적으로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행여나 공이 몸에 맞기라도 하면 여자애들 몇 명은 보란 듯이 짜증을 낸다. 심지어 내가 여자애들 쪽으로 가는 공을 막으려고 팀을 바꿔 리베로 자리에 서도 공은 빠져서 여자애들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내가 때린 스파이크가 아닌데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한테 짜증을 낸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는 여자애들 쪽 코트에서 리베로를 보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내가 때린 공이 여자애들 쪽으로 갈 수가 없다(물론 뭘 알겠니). 공이 자기들 쪽으로 오기만 하면 백결이 그랬어, 백결이 자꾸 공 이쪽으로 보내, 하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는 게 보기 좋지는 않다. 아니 그냥 짜증 난다. 다음에는 준식이가 그쪽으로 강스파이크를 꽂으면 딱히 받지 않겠다.

학교가 끝나고 아바타 3편 영화를 보러 갔다. 너무 재밌었다. 영화 스크린이 해상도를 따라가지 못해 조금 버벅거린 느낌이 있었지만, 전투씬 하나만큼은 제작진이 진짜 이 갈고 만든 거라고 확신할 정도로 미친 몰입감을 보여주었다. 역시 아바타는 아타바구나. 날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근데 네이티리같은 성격의 여자를 아내로 두면 참 피곤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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