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0 토

2학년 2학기

by Chris Paik 백결

아침에 잠에서 깼는데 숨이 안 쉬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코로 숨이 안 쉬어졌다. 코가 완전히 꽉 막혀서 숨도 안 쉬어지고 묽은 콧물이 계속 났다. 사실 이런 증상은 어제부터 그랬다. 영화 내내 콧물이 나와서 코 훌쩍거리는 소리가 사람들에게 방해될까 봐, 거의 숨을 참으며 봤는데, 사실 3시간 동안 어떻게 숨을 참을까, 중간중간 최대한 소리를 줄이고 영화 소리가 아주 클 때를 틈타 코를 조금씩 훌쩍이긴 했다(근데 동생이 계속 옆에서 꼽을 주고 영화가 끝난 뒤에 짜증을 너무 내서 가족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해졌었다).

아침이 되니 목에 가래도 끼고(이건 수면 부족이 원인인 것 같긴 하다), 오한도 느껴져서 감기를 직감하고 병원에 갔다. 공연이 며칠 안 남았는데 감기 걸리면 진짜 사고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감기보단 단순 비염이라고 하셔서 비염약과 본죽을 사서 집에 왔다. 시간이 지나니 좀 괜찮아졌다.

시험 기간 동안 바빠서 못한 26초(토단정)를 했다. 영어 단어 외우는 앱인데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카드 넘기기가 100장이 되어있었다(원래는 하루에 약 30장, 많으면 50장 정도 된다). 그동안 밀린 걸 한 번에 시키는 걸까? 심지어 너무 오랫동안 안 해서 단어들이 기억 안 나고 너무 헷갈려서 그 100개 카드 중에 맞히는 것도 몇 개 없었다.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댄스 연습은 7시부터였는데 연습실이 수원이라서 5시에 출발했다. 1522번 버스를 타고 진위역까지 간 다음, 진위역에서 1호선을 타고 수원 성균관대역에서 내렸다. 승현이는 좀 늦는다고 했고, 역에서 페스츄리 빵이랑 오징어 땅콩을 저녁 대신 먹다가 지현이를 만나 같이 연습실로 갔다. 근데 7시 20분쯤 되자 승현이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지금 성균관대역에서 내렸는데 연습실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다고, 폰 배터리가 없어서 지도를 못 보고 이 전화도 금방 끊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승현이가 지금 자기가 투썸플레이스에 있다고 해서 네이버 지도로 승현이 위치를 파악한 다음 연습실 위치와 함께 화면 캡처를 찍어 카톡으로 보내면서 승현아 카톡에 보낸 사진 확인해서 와…라고 보내려 했는데 승현이 전화가 뚝 꺼져버렸다. 아, 얘 폰 배터리 나갔다. 나는 바로 패딩을 주워 입고 밖으로 나가 승현이를 데리러 갔다. 그렇게 그 주위에서 승현이를 만나 연습실로 데려왔는데 애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였다. 되게 피곤해 보이고 지쳐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춤 연습을 제대로 못 하고 몸을 휘청거렸다. 사실 나는 한 곡만 춘다. 근데 승현이는 거의 대여섯 곡을 추는 데다가 오디션 준비까지 한다고 한다. 지칠만하다. 그렇게 우리는 좀 휴식을 많이 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연습을 잘 마무리하고 집에 왔다. 버스가 곧 도착하는 탓에, 진위역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서 올라갔는데 어떤 중딩 무리를 지나쳤다. 근데 걔네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너무 크게 해대서 지나치면서 듣게 되었는데 아주 심한 욕을 섞어가며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속으로 저 새끼들 말버릇이 아주 우아하고 품격 있다 생각했지만, 버스 때문에 급하게 뛰는 바람에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 근데 버스 정류장에서 승현이가 하는 말이 아까 걔네가 욕했던 게 지현이한테 했다는 거다. 약간 화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그 셋이 진위역에서 나오고 있었다. 회색 츄리닝 바지에 딱 그 전형적인 패션으로 복사 붙여 넣기 두 번 한 느낌이었다. 남중딩 하나에 여중딩 둘이었는데 멀리서 쳐다보니까 본인들이 욕한 걸 걸린 걸 아는지 고개를 확 돌리고 발걸음을 돌렸다. 사실 유치하게 기싸움할 생각은 없었고 쳐다봤다고 시비 붙으면 어떡하지, 걱정도 되긴 했지만, 다행히 중딩들이 먼저 눈을 피하고 오던 길을 다시 유턴하여 멀리멀리 가버렸다(휴~). 가끔 보면 약간 무섭게(?) 생긴 내 얼굴이 도움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닌 듯하다(나는 내가 무섭게 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유정이가 자꾸 무섭게 생겼다고 놀리기도 하고 2022년에 중학교에서 미술 동아리 아트폴리오를 만들고 1학년 학생들을 처음 만났을 때 걔네가 날 보고 인사보다 먼저 한 말이 “선배 무서워요”였기 때문에(…) 무섭게 생겼다는 것 자체가 콤플렉스였었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세상에 진짜 못 배우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오늘도 나는 공부 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 찾게 되었다. 어디 가서 ‘쟤 공부 잘한대’ 소리는 못 들어도 ‘쟤 못 배웠대’ 소리는 듣지 말자. 아, 아니다 서울대는 가야 하니까 ‘쟤 공부 잘한대’도 듣기는 들어야겠다.

새벽에 수빈이, 성철이, 석주랑 마인크래프트를 하자고 했는데 수빈이는 그냥 안 왔고 성철이는 컴퓨터에 무슨 문제가 생겨서 그냥 석주랑 둘이 오버워치를 했다. 석주랑은 둘 사이에 미묘한 무언가가 있어서(작년부터 서로의 비밀 얘기를 좀 많이 나눴다) 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있다. 오랜만에 작년 생각도 나고 아주 좋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시험이 끝나니까 수면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일기 쓰는 게 점점 숙제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 괜히 시작했나 싶다. 원래는 스카에서 공부 다 하고 집에 가기 전에 일기 쓰는 게 루틴이었는데 시험이 끝나고 스카에 안 가다 보니 루틴이 깨져서 일기 쓰는 게 자꾸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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