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5 목

2학년 2학기

by Chris Paik 백결

크리스마스는 별 기대도 안 했다.

오늘 나의 하루를 설명하겠다. 오전에는 성탄 감사 예배를 드렸다. 점심까지 교회에서 먹었는데 예배는 그렇다 쳐도 크리스마스인데 점심까지 어색한 학생회에서 꼭 먹어야 하나 싶었다. 게다가 식당도 질릴 만큼 자주 간 짜장면집이라 볶음밥 하나를 채 다 먹지 못하고 점심 식사를 그만뒀다.

평소에는 연애에 대해 별생각이 없는데 이상하게 연말만 되면 우울해진다. 연애 중인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놀러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데, 나에겐 연인은커녕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 친구도 없다. 친구들이랑 크리스마스에 약속을 미리 잡아두지 않은 탓에 내 주변 친구들은 전부 다른 약속에 가고 난 이번 크리스마스도 집에서 혼자 보내게 됐다.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 괜히 특별한 날이라 의미 부여해서는 감성 터져서 여자에게 dm을 보내는 등 혼자 똥꼬쇼를 하면 그게 진짜 대참사다. 원래 배고플수록 먹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해서 내가 선택한 것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게임만 여섯 시간은 한 것 같다. 오버워치를 세 시간 동안 하고 잠시 쉬었다가 미니랑 디스코드에서 통화를 하면서 림버스 컴퍼니를 세 시간 정도 했다. 림버스 컴퍼니는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냥 친구랑 디스코드 통화하면서 시간 보내는 게 즐거워서 억지로 했다(근데 그레고르 목소리는 인정이야). 림버스 컴퍼니 1장을 전부 끝내고 난 바로 잠들었다. 밤 10시쯤 일어나서 다시 디스코드로 가 그림을 그렸다. 그때쯤 드는 생각이, 크리스마스에 뭐가 없을 건 예상했던 바지만, 이 정도로 너무… 뭐가 아무것도 없을 거라곤 생각 못 했다. 평소 토요일보다 더 별로였다. 아니, 어쩌면 평소 토요일과 같았는데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그 실망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런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 오늘로 끝이야…라고 단체 dm방에 보내니 애들이 나보고 내년에 죽냐고 되묻는다(…). 진짜 내년에 수능 끝나자마자 행복한 삶을 살 거다. 아니 진짜로. 어휴, 공부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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