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07 수

2학년 2학기

by Chris Paik 백결

학교에 체스보드를 가져갔다. 다훈이랑 영훈이, 채호, 동완이, 현재 등등 친구들이 모여 다 같이 체스를 뒀다. 그냥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이동 수업 갔다 오면 자기들끼리 기물 세팅해놓고 체스 두고 있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하고 체육 시간에 남자애들 공 던져준 채로 알아서 놀라고 하시는 체육 샘의 마음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했다. 비숍으로 짼 후에 Nf7으로 들어가는 나이트 포크를 배웠다. 모르는 사람 상대로 하면 이것만큼 재밌는 게 없다. 스콜라 메이트를 처음 배운 기분이었다.

예린이가 갑자기 내일이 2학년 마지막 날인데 케이크랑 롤링 페이퍼로 담임 샘께 서프라이즈 하자고 했다. 그래서 롤링 페이퍼를 급조해서 반 애들에게 다 돌렸고 나도 담임 샘께 짧게 편지를 썼다. 나는 대충 1년 동안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으로 썼다. 반 애들이 하나둘 편지를 채우고 종이 가운데에 선생님을 그리고 나니 2시간 만에 급조한 롤링 페이퍼 치고 퀄리티가 꽤 높게 나와 만족스러웠다.

6교시에는 대청소를 했는데, 미술실 청소하는 친구가 네 명 중에 두 명이나 안 와서 내가 대타로 뛰었다. 사실 미술실 청소는 내가 학기 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인일역이었는데 일인이역은 안 된다고 하셔서 못 했었다. 그때 내 역할은 학급 반장이었다.

미술실이 진짜 개더러웠다. 애들이 뭔 미술 활동만 했다하면 종이 쪼가리나 가위, 풀 이런 것들을 싹 다 책상 서랍에 욱여넣는 바람에 책상 기울여 탈탈 털면 한 3개월 치 미술 재료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채호랑 영훈이랑 셋이 미술실 대청소를 하며 재밌게 웃고 떠들면서 놀았다. 누가 날카로운 아크릴판 무더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는 바람에 종량제 봉투가 부욱 찢어져서 쓰레기가 터져 나온 대참사가 있긴 했지만, 암튼 재밌었다.

저녁엔 8시쯤에 파리바게뜨에 가서 케이크를 샀다. 선생님이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그냥 내가 먹고 싶은 딸기 생크림 케이크로 골랐는데 내가 고른 게 거기 진열된 케이크 중에 가장 무난하고 맛있는 케이크였을 거다. 반 애들에게 돈을 걷은 예린이에게 케이크값을 받았다.

이런 이벤트를 하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던 예린이가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학교에 들어가 우리 반에 풍선을 붙이기도 했다. 얼마나 하고 싶었던 건지 감도 안 옴 ㅠㅠ

밤엔 새벽 4시까지 공부하다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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