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1 17 토

2학년 겨울방학

by Chris Paik 백결

아… 집이다!!! 눈 떴는데 집이라고!!! 윈터 숙소가 아니고 집이라고!!! 야호끼얏호우!!! 야호끼얏호우!!!!!!

어제도 역시 고된 하루였다. 삼십 분 국어 독서가 끝난 뒤 약 1시 반부터 현우 어머니 차를 타는 7시 반까지, 대략 6시간 동안 코칭룸에서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거나 상담받기만 했다. 상담도 말이 상담이지, 목요일까지만 해도 날 설득하려고 따뜻한 말을 건네주던 몇몇 선생님들이 내가 퇴소 의사를 굽히지 않으니 돌변하셔서 너 퇴소하면 이 기숙학원에서 하위 5% 안에 드는 거다, 여기 여자애들도 잘 버티는데 남자애가(심지어 친구랑 같이 입소한 애가) 못 버티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젊었을 때 하프마라톤을 뛰었는데 그땐 나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를 뭐 어쩌구저쩌구…하는 식으로 나를 더 힘들게만 하는 말들을 몇 시간 동안 쏟아내셨다. 나는 그냥 아무 말 없이 듣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윈터스쿨에 있는 동안 힘들어도 혼자 꾹 참아왔었다. 물론 5일 차부터 상담받으러 선생님들께 많이 찾아가긴 했지만, 현우에 비하면 많이 찾아간 것도 아니었다. 나는 항상 혼자 숨죽여 울었다. 근데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현우보다 상담을 많이 안 했다는 이유로, 더 버틸 수 있는데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나가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나를 몰아가셨다. 난 그게 너무 싫었다. 게다가 난 어제가 윈터스쿨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여 마지막 날이라도 열심히 하고 집에 가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버티며 꾸역꾸역 공부했다. 그 와중에도 집에 가지 못할까 불안했고 다리를 엄청나게 떨었다(난 인식하진 못했지만). 근데 그 공부하는 내 모습을 보시더니 어떤 선생님이 하시는 말이 “너 여기서 공부할 수 있네?”, 다리를 떠는 모습을 보시며 “아주 집에 갈 생각에 즐거워서 다리 떨지?” 이러셨다. 안 그래도 미칠 것 같은데 나를 아주 공부하기 싫어서 도망가는 문제아로 낙인찍으려는 것 같아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다. 실제로 그때부터 현우 어머니 차를 탈 때까지 내 체온은 직접 체감될 정도로 뜨거웠다.

또 나를 밖으로 부르시더니 “너 힘들어해서 내가 양호실 가게 해줬더니 아주 몇 시간이고 푹 자더라?”라고 하시며 혼내셨다. “언제요?” “몰라. 어젠가, 오늘인가.” “저 오늘은 양호실에 간 적이 없는데요(목요일엔 양호실에 가긴 갔어도 푹 잠들지도, 한 시간 넘게 잠들지도 않았다).” “아 그래? 그럼 됐어.” 좀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그 선생님은 목요일에는 쉬는 날이라고 출근하시지도 않으셨다…. 나를 정말 어떻게 생각하신 걸까? 혼자 설움을 마음속으로 꾹꾹 삼키며 혼자 버틴 걸, 단지 선생님과 많이 상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괜찮고 버틸만한데 집에 가고 싶어 안달 나서 생쇼를 한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또 다른 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선생이고 내가 학생이라 치자, 내가 너무 힘들다고 너한테 자꾸 상담하러 와. 더 이상 못 버티겠대. 그럼, 선생인 네가 뭐라고 답해줄 거냐? 뭐 당장 짐 싸들고 집에 가라고 해? 선생이 버티라는 말 밖에 뭔 말을 해? 응? 뭔 말을 할까? 너라면 뭔 말을 하면 좋겠어?” 내가 이 질문에 대답을 못 했다. 왜냐하면 짐 싸들고 나가라고 할 거라는 게 내 답이었으니까. 근데 내가 침묵하니 그 답을 들으시겠다고 15분 넘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계셨다. 무겁고도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 그럼 도저히 못 버티겠는데 버티라고만 하면 내가 뭘 할 수 있는 걸까? 버티고 버티다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서 퇴소를 얘기하는데 버티라고만 하면 네 더 버틸게요라고 하길 바라시는 걸까?

집에 와서 안정을 되찾았는데도 그때를 떠올리기만 하면 다시 심장이 빠르게 뛰고 머리가 아파진다. 혹시 집에 와서 ‘조금만 더 버티고 해볼 걸 그랬나?’ 하고 윈터스쿨 퇴소를 뒤늦게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그런 고민의 여지조차 없게 만들어버릴 만큼 윈터스쿨 퇴소가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 딴에는 날 설득하고 퇴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려 하셨겠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을 뿐이다.

물론 마음이 아주 후련한 건 아니다. 부모님에겐 아주 죄송했다. 그래서 금요일 밤에 집에 도착한 뒤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하여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물론 그때도 질질 짰다. 이제 더 이상 눈물은 없을 거야.

내게 윈터스쿨은 정말 최악의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18년이라는 길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이보다 힘든 일주일이 있었나, 고민해봤는데 결론은 없다는 거였다.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니냐고? 윈터스쿨보다 힘들었던 일주일이 있었다면 기억 못 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나의 윈터스쿨 생활은 나약해 빠진 나의 무모한 도전이었고, 끝내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완전히 내게 의미가 없는 실패의 기억일까? …난 잘 모르겠다.

윈터스쿨 일주일 동안 일기의 양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발단부터 위기, 절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기승전결이 완벽한 하나의 스릴러영화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젠 다 잊어버리자.

저녁엔 상욱이랑 만나서 라라코스트에 갔다. 윈터스쿨에서 상욱이가 우리 엄마에게 내 말을 잘 전달해준 덕분에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 고마움에 저녁을 사기로 했었다.

저녁을 먹고 투썸플레이스에 갔다. 투썸은 상욱이가 사줬다. 우린 투썸에서 윈터스쿨, 옛날얘기, 수학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10시까지 있었다. 윈터스쿨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정말 행복하고 마음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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