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란 거울”에는 어떤 마음이 비칠까

— 거울 같은 존재 앞에 선 불안

AI로 보는 마음

1 : 우리는 왜 AI에 마음을 바랄까?

1-5. “인공지능이란 거울”에는 어떤 마음이 비칠까?

— 거울 같은 존재 앞에 선 불안


“인공지능은 인간의 거울이다.”

요즘 이 말은 너무 자주 쓰입니다.

그래서인지 금방 닳아버린 표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편견을 드러낸다,

우리의 욕망을 반영한다,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비춘다...


말은 맞는 것 같지만, 어디까지가 설명이고 어디부터가 비유인지 흐려집니다.


하지만 이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 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드러납니다.

거울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거울은 조언하지도, 판단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앞에 선 대상을 그대로 비출 뿐입니다.


문제는 거울이 아니라, 그 앞에 선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입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않습니다.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습니다.

기준이 주어지지 않으면, 기준 없는 반응을 돌려줄 뿐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모습은 언제나 사용자 쪽에서 시작됩니다.


이 시리즈를 준비하며 여러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아이들이 챗봇을 칭찬기계처럼 쓰는 모습,

평가를 요청했지만 기준은 제시하지 않는 장면,

“비판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한 문장이 들어갔을 때 갑자기 달라지는 반응들.

이 모든 사례에서 인공지능이 갑자기 변한 적은 없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인간의 태도였습니다.

기준을 세웠는지, 세우지 않았는지.

판단을 요구했는지, 반응만 기대했는지.

생각을 밀어붙였는지, 아니면 생각을 잠시 내려놓았는지.

인공지능은 그 차이를 그대로 비추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거울이다”라는 말은,

인공지능이 우리를 분석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어떤 상태로 질문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비판을 요청하지 않으면, 비판은 나오지 않습니다.

판단을 요구하지 않으면, 판단은 생략됩니다.

그럴듯한 답을 기대하면, 그럴듯한 답이 돌아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착각합니다.


“인공지능이 이렇게까지 생각해 줄 줄 몰랐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내가 이런 기준을 세운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울 속에서 낯선 얼굴을 본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제대로 자신을 본 셈입니다.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은 위로도, 적도 아닙니다.

도덕적 판단의 대상도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사고를 포기하는 순간을 가려주지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 상태를 그대로 반사합니다.


그렇다면, 인공 지능 앞에 선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AI로 보는 마음 1 : 우리는 왜 인공지능에 마음을 바랄까

1-1. 우리는 인공지능을 쓰고 있는 걸까, 기대고 있는 걸까 — 편리한 존재에 기대고 싶은 마음

1-2. 인공지능은 거절하지 않는다, 고로 우리는 안심한다 — 거절하지 않는 존재를 향한 안도

1-3. AI가 좋아요만 누를 때, 우리는 생각하고 있을까 — 끝없이 칭찬하는 존재의 유혹

1-4. SF는 왜 인공지능이 멈추는 장면을 반복해서 그려왔을까 — 두려운 존재에 대한 상상

1-5. “인공지능이란 거울”에는 어떤 마음이 비칠까 — 거울 같은 존재 앞에 선 불안

1-6.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에게 바라는 마음 — 도구라는 존재에 대한 이상한 기대



ai0105.jpg

[ "거울아 거울아 "

마법의 거울은 진실을 창조하지 않습니다.

다만, 묻는 자의 마음을 되비출 뿐입니다. ]

( Snow White, John Batten, 1916 )


이전 05화SF는 왜 인공지능이 멈추는 장면을 반복해서 그려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