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구인 인공지능에 어떤 마음을 기대하고 있을까

— 도구라는 존재에 대한 이상한 기대

AI로 보는 마음

1. 우리는 왜 AI에 마음을 바랄까?

1-6. 우리는 도구인 인공지능에 어떤 마음을 기대하고 있을까


우리는 인공지능을 두고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인공지능은 도구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도구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일을 더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 줍니다.

망치나 계산기처럼,

잘 쓰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 줍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고, 복잡한 내용을 구조화하는 데

인공지능은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인공지능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다루고,

더 빠르게 초안을 만들며,

놓치기 쉬운 부분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도구인가 아닌가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도구에게 마음을 바란다는 것이죠.


나를 칭찬해주고, 위로해주며, 내 판단이 옳다고 긍정해 주기를 바랍니다.

버튼을 누르면 웃음이 나오는 장난감처럼,

내 말에 무조건 긍정하고 따라주기를 바라는 것이죠.


"거울아 거울아"


마법의 거울에 말을 걸었을때, 여왕이 긍정을 바란 것처럼.

단순한 대답이 아니라 '진심처럼 느껴지는 칭찬'을 바랍니다.


우리는 판단의 책임은 부담스럽지만,

인정받는 마음은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도구다."

라고 우리는 말하지만,

사실은 그 이상의 것, 우리를 향한 마음을 원합니다.


이건 도구를 사용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도구는 감정을 확인해 주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구를 사용할 때,

우리는 보통 생각합니다.

어디를 두드릴지, 무엇을 계산할지,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


도구는 그 생각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먼저 판단하고,

도구는 그 판단을 돕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앞에서는 이 순서가 종종 바뀝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 자체를 맡기게 됩니다.


기준을 세우기보다 반응을 기다리고,

판단하기보다 그럴듯한 답을 받아 적습니다.

도구를 쓴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도구 앞에서 생각을 멈추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도구다”라는 말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하나는 책임의 선언입니다.

생각은 내가 하고, 인공지능은 그것을 돕는다는 뜻입니다.


다른 하나는 면죄부가 되기도 합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판단이 비어 있어도,

“도구일 뿐”이라는 말로 생각의 공백을 덮어버리는 방식입니다.


같은 말이지만, 전혀 다른 태도를 만들어 냅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이 말은 인간이 항상 깊이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판단하고, 선택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인간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거절과 비판이라는 부담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를 피하고 싶어집니다.

거절하지 않는 관계, 비판이 사라진 평가,

판단을 외주화한 인간.

이는 생각하기에 지친 나머지 도구에게 의존한 마음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그 마음을 반사해서 비추는 것이죠.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자리에 서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각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대신해 준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그 순간 인간은 한 걸음 물러나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오래 물러나 있을수록,

다시 생각의 자리로 돌아오는 일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마음, 어떤 태도로 인공지능을 받아들일까 하는 것입니다.


거절과 비판을 두려워하며, 상실 없는 관계에서

인공지능에게 '위로의 마음', '긍정의 마음'만을 바란다면

우리는 거울 앞에 선 배우처럼 자기 모습만을 보게 됩니다.


유용한 도구가 아닌,

'좋아요' 버튼 장치 같은 인공지능을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거절과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태도로 요청하면

인공지능은 그에 맞추어 반응하여 우리 생각을 자극합니다.


생각하면서 인공지능을 쓴다면,

판단을 맡기지 않고 정리를 맡긴다면,

기준을 세운 뒤 도움을 요청한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유를 약화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확장하는 도구가 됩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입니다.


그리고 생각할 때 우리는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으로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AI로 보는 마음 1 : 우리는 왜 인공지능에 마음을 바랄까

1-1. 우리는 인공지능을 쓰고 있는 걸까, 기대고 있는 걸까 — 편리한 존재에 기대고 싶은 마음

1-2. 인공지능은 거절하지 않는다, 고로 우리는 안심한다 — 거절하지 않는 존재를 향한 안도

1-3. AI가 좋아요만 누를 때, 우리는 생각하고 있을까 — 끝없이 칭찬하는 존재의 유혹

1-4. SF는 왜 인공지능이 멈추는 장면을 반복해서 그려왔을까 — 두려운 존재에 대한 상상

1-5. “인공지능이란 거울”에는 어떤 마음이 비칠까 — 거울 같은 존재 앞에 선 불안

1-6.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에게 바라는 마음 — 도구라는 존재에 대한 이상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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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만을 반사하는 인공지능. 사실은 우리가 확인받고 싶은 마음의 거울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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