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공지능을 쓰고 있는 걸까, 기대고 있는 걸까

— 편리한 존재에 기대고 싶은 마음

AI로 보는 마음

1. 우리는 왜 AI에 마음을 바랄까?

1-1. 우리는 AI를 쓰고 있는 걸까, 기대고 있는 걸까

— 편리한 존재에 기대고 싶은 마음


최근에 아이들이 '인공지능, 특히 챗봇을 어떻게 대하는가?'와 관련한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아이들이 인공지능을 많이 쓴다는, 어찌보면 요즘 흔한 기사 중 하나였지만, 여기서 한가지 눈에 띄는게 있었죠.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내가 널 어떻게 대하는지 그림으로 그려줘."


여러 그림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인공지능이 자신을 '노예'처럼 그린 모습이었죠.

찡그린 표정으로 뭘하고 있고, "빨리 해", "정확하게" 같은 말이 벽에 붙어있습니다.


매우 충격적이었죠. 인공지능이 자신을 노예라고 여긴다니...


하지만, 아이들이 인공지능을 노예라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인공지능은 도구잖아요?"

"빗자루 대신 청소기를 쓰는거나 다를 바 없어요."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인공지능을 도구라고 여긴거죠.

도구이기 때문에 '빨리', '정확히'라고 재촉했을 뿐입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인공지능 역시 자신을 노예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애초에 '자기 인식'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사용자의 요청에 맞춰 가장 그럴듯한 장면을 생성했을 뿐입니다.


그 장면은 의미가 아니라 기능의 결과였습니다.

인간을 돕는 도구로서, 매우 당연한 기능일 뿐이죠.


인공지능, 특히 챗봇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고 편리합니다.


숙제를 물어보고, 글을 고쳐 달라고 하고, 평가를 부탁하면 충분합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아주 손쉽게 챗봇을 사용합니다.

메신저를 쓰듯 아주 편하게 챗봇과 상호 작용을 하죠.


이 관계는 매우 편안합니다.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거든요.


감정적으로 상처받지도,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칭찬하건 모욕하건 인공지능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우리는 거절당하는 것을 크게 느끼고, 무시당하는 것을 상실로 경험합니다.

틀렸다는 말, 부족하다는 평가, 냉정한 반응은 언제나 부담스럽습니다.


반면 인공지능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거절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반응하고, 사용자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답을 돌려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관계에서 실패하거나 거절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겉으로는 도구라고 말하면서도,

단지 시늉뿐인 상호작용에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관계에서 위로와 공감, 즉 ‘마음’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반응을 정확히 보여줄 뿐이라는 것을.

공감과 위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은 상실을 감수한 관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실이 없는 구조에서 나오는 반응일 뿐입니다.


상실이 없다면, 관계를 지키기 위해 고민할 필요도 줄어듭니다.



비판받지 않아도 되고, 판단하지 않아도 되며, 책임질 필요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그 편안함 속에서

우리는 점점 기준을 세우지 않게 되고,

스스로 판단하는 부담을 내려놓게 됩니다.


이 글은 인공지능의 성능이나 위험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이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도 아닙니다.


묻고 싶은 것은 훨씬 단순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을 쓰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판단을 잠시 맡겨두고 기대고 있는 걸까요.


이 편안한 관계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조용히 가져가고 있는 걸까요.


그것은 우리를 더 따뜻하게 만들까요?

아니면 더 무감각하게 만들까요?



AI로 보는 마음 1 : 우리는 왜 AI에 마음을 바랄까

1-1. 우리는 인공지능을 쓰고 있는 걸까, 기대고 있는 걸까 — 편리한 존재에 기대고 싶은 마음

1-2. 인공지능은 거절하지 않는다, 고로 우리는 안심한다 — 거절하지 않는 존재를 향한 안도

1-3. AI가 좋아요만 누를 때, 우리는 생각하고 있을까 — 끝없이 칭찬하는 존재의 유혹

1-4. SF는 왜 인공지능이 멈추는 장면을 반복해서 그려왔을까 — 두려운 존재에 대한 상상

1-5. “인공지능이란 거울”에는 어떤 마음이 비칠까 — 거울 같은 존재 앞에 선 불안

1-6.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에게 바라는 마음 — 도구라는 존재에 대한 이상한 기대


[ 노예처럼 묘사된 인공지능. 과연 이것은 인공지능이 자기를 인식한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본 모습일까요. ]

(오마이뉴스, https://v.daum.net/v/20260202094723374, AI 생성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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