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p Back - 친애하는 소년이여♪
서빙고 동에서 내려 반포대교를 거슬러 걸어내려 갔다.
별생각 없이 선택한 목적지까지의 이동방향에 내 몸의 온 세포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내 촉각을 곤두 시켰고, 옆차선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의 위압감은 가히 놀라웠다. 만약 저 운전자가 생각지도 못한 실수로 핸들을 내쪽으로 틀어버린다면? 내 팔 하나 너비의 좁은 인도로 얇디얇은 가드레일이 종잇장처럼 우그러지는 건 아주 쉬운 일일 거다.
높이는 또 어떤가. 현실감 없는 높은 다리 밑으로는 한창 분수쇼가 시작이었다. 아니- 갑자기 시작되었다.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나는 슬그머니 귀에 이어폰을 꽂고 꽤나 신나는 노래를 틀어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음에 힘이 실렸다. 헛웃음이 났다. 나는 어느새 광고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금이라면 꽤나 짜증 나는 일도 얼마든지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분수쇼가 만들어낸 쌍무지개가 보였다. 가까이서 본 무지개는 선명하리만치 밝아보였다.
무지개라니. 초등학교 때 색색깔 맞춰 크레파스로 순서대로 그려나간 기억뿐인데 나에겐 왜 이리 반가운 것 같은지. 신기해 보였다. 저건 단지 과학적 결과물로 보이는 눈의 착각 같은 건데. 왜 예뻐 보일까. 왜 허무함과 동시에 희망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을까.
물 위에서 너울대는 춤을 추는 무지개는 한없이 가냘파서 못내 스러져 없어지고 말았다.
귓속에서는 하야시 모모코가 읊어주는 가사가 들려왔다.
'아아 이제 울지마.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너는 약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