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ssy Suite Bergamasque, CD 82_ III

by Bi jou

꿈을 꿨다.

아빠가 나왔고, 학교가 나왔고, 얼굴도 모르는 동급생들이 나왔다.

꿈이란 건 으레 그러하듯, 기별도 없이 시작하고 언제 시작되었을지 모를 기묘한 갈등을 그려내었는데, 이번 경우엔 이상하게도 가장 나중까지 선명하게 남았던 감정은 억울함, 슬픔의 감정이었다.

모두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학부모까지 함께 있던 걸 보면 졸업시즌이었던 것 같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내 가방을 확인차 열어보는데 엄마에게 얼마 전 선물 받은 유명 브랜드의 선글라스가 통째로 사라진 걸 알아차렸다. 값비싼 물건이 사라졌으니 교실은 발칵 뒤집어졌는데 애초에 왜 선글라스를 졸업사진 찍는 학교에 가져왔는지는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저 나는 내 친구를 의심해야 한다는 사실과 애착을 가지던 내 물건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분노로 울음을 터뜨리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아빠는 내게 다가와 문제가 뭔지 차분히 기억해 보라고 했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봤던 기억이 언제인지 몰라 더더욱 울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난 다 잃어버리고 말았어 미안해..."

이 말을 끝으로 나는 꿈에서 깼는데 찝찝한 물기가 내 얼굴에 남아있었고 가슴은 흐느낌의 후유증으로 숨을 잘게 내쉬고 있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동시에 왜 그런 꿈을 꿨는지 궁금증이 생겼으나 이내 다시 잠에 들고 말았다.

현실에 치이는 삶이라면 꿈이라도 행복한 가짜들을 보여줘도 됐을 텐데. 생각해 보니 나는 하늘을 나는 꿈이라던가,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 꿈이라던가, 커다란 고양이 등위에 누워 소풍을 가는 그런 꿈을 꿔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몽상가적 기질이 없었는 모양이다. 아쉬워라.

그래, 꿈은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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