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오는 사람은 어떤 '문제'가있어서 오는거야

그런데 그게 다같이 모이면 별게 아닌게 되어서 그게 좋은거지.

by 이안

생각이 많아지는 날에는 홀로 배낭을 매고 캐리어를 들고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는 여행만큼 좋은 처방약이 없다.

2022년 12월, 세상에서 간절하게 바라고 준비했던 게임 대기업의 최종면접의 결과를

3주동안 기다리면서 나는 거의 매일 초조한 마음에 죽어나갔다.

최종면접자들의 단톡방에서 서로 티를 내진 않지만, 내가 더 면접을 잘 봤을거라는 기대감과 희망감에

각자 들었던 최고의 칭찬이라거나 자신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이자 스펙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더 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서 단톡방을 나가기도 했지만

게임을 원래도 좋아했고 그렇게 오랜 기간을 준비해서 갔던 최종 면접은 처음이었기에

더 큰 기대를 부풀고 있었다. 29살의 마지막이니까 꼭 좋게 마무리하고 싶단 마음과 함께.

매일 매일 말라가는 나를 보며 주위에서 다들 잘 먹어야 한다고, 하고 싶은 것 좀 하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떠났던 강릉과 속초 여행.

눈 내린 바다가 보고싶기도 하였고,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그들과는 친구들과도 가족들과도 나누기 힘든 이야기를 터놓는게 쉬워서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여행을 떠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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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가서 묵었던 <강릉중앙게스트하우스>

파티 게하가 아니며, 1층 로비에서 게스트들끼리 서로 알아서

합석하여 친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일절 터치가 없으나

12시가 되면 모두 강제 취침하여야 하며,

오전 6시까지 숙소의 모든 출입을 금지하는 특이한 숙소.

이틀 연박할 생각에 개인실 4만원을 주고 예약하여 갔고,

생각보다 강렬한 숙소 내부에 너무 놀랬지만 이내 스며들었다.


1층에서 만난 게스트들과 수다를 떨다가

만난 동갑내기 29살 같은 백수였던 호정이.

그 친구가 했던 말 중 가장 크게 와닿은 말이,


" 홀로 여행 오는 사람들은 지금 뭐 하나가 빠져서 그래.

문제가 있거나 공허하거나 이별했거나 생각할게 많거나."


그 말이 그렇게나 와닿았다.

그리고


"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다보면,

내 고민이 별게 아니었구나.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를 느껴서

그래서 혼자 여행 오는 사람들은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렇구나, 그게 나구나.

나도 매번 생각할 것들이 많거나 힘들 때

도망치듯 떠나는게 여행이었는데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각자 '문제' 나 '나사'가 하나 빠져있는 우리들끼리 모이면

내 고민이 너무나 사소하고 작아져서,

왜 고민했지 싶은 감정이 물밀듯 밀려와서 좋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내 고민이 작아지길 바라면서

그리고 내 사소한 고민이 자연스레 사라지길 바라며

떠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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