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 누가 구해주나요

퇴사 후 누구보다 더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현실에 부딪히는 순간

by 이안

"퇴사 후 계획이 뭐야?"


"아직 큰 계획은 없는데, 전 이런 대기업 보다는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좀 쉬고 싶구요. 하고 싶던 것들 하면서 살거에요."


어찌보면 우주 먼지만큼 사소하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소망이지만,

나에겐 가장 큰 소망이자 꿈이었던 단 두 줄.


그런 꿈을 부풀어안고 나는 서울로 다시 이사하였다.

수도권에서도 많은 직장들이 밀집해있고 교통의 요충지인 강남 반포동으로.

갖고 있는 자산과 한도를 고려하면서 최대한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많이 찾아다녔고, 여자 혼자 살 것이기에 치안이나 역 근접성도 매우 중요했다.


건대입구, 송파, 잠실, 청담, 반포동, 구로...

안가본 곳들이 없을 정도로 많은 매물을 찾아다녔고

일주일동안 서초 신라스테이에 머무르면서 매일매일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하루 최소 6개 이상의 매물들을 보며 꼼꼼히 비교하고 가격을 따졌다.


그렇게 계약한 지금의 집.

13평이라고 안내받은 것 치고는 협소하였지만,

베란다와 창고가 있는 점.

96년도에 지어진 아파트라 나에게 있어 처음 살아보는 복도식 아파트 구조였지만,

오히려 그런 복도가 있기에 쪼금이나마 복도에서 한강을 바라볼 수 있어서.

그리고 방 2개가 분리된 구조인 것이 가장 마음에 들어서 하루 고민하고 바로 계약을 하였다.


작년 4월 9일에 이사오면서,

이 곳에서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이야기가 기대되었고

하루하루가 설렘의 연속들이었다.


강남 근처에 있는 유망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나의 역량을 펼쳐보겠단 의지와

그 전에 이 집을 활용하여 인테리어나 뭐라도 해보고 싶단 목표,

다시 서울로 돌아왔으니 만나기 힘들었던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한강공원도 가까우니 자주 산책도 나가고 피크닉도 갈 생각에 들떴다.


그로부터 반년 후,

한 게임회사에 취업하게 되었고

원하던 재무팀에 배치받고 근무시간도 10~7시였기에

지옥철을 다 피할 수 있어서 매우 만족한 채로 출근을 했다.


대체로 직원분들이 젊은 연령층에 속하고

야근도 없고 눈치도 서로 보지 않는 문화가 마음에 쏙 들어서,

취업 잘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으나,

전화상으로 계약했던 연봉금액과 실제로 연봉계약서상의 금액이 달라서

결국 고민의 끝에 다시 이직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몇 번 더 대기업의 최종면접 까지 올라가는 나를 보면서,

나 스스로 재능있다고 기특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원래부터 이 길을 원하던 것이 맞는지,

그냥 나이가 들어감에 시간이 지나서 무작정 원서부터 넣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강한 생각들이 들어오면서 나에 대한 확고함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자기소개서를 넣자마자 5분만에 탈락했다는 문자를 받아서 확인하니

지원서를 넣을 때, 다른 회사에 넣었던 지원서를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해서

[복사본] 이라고 적혀있는 부분 마저도 삭제 안하고 지원한 내 이력서를 보았다.


부끄러웠다

그와 동시에 미안한 감정이 너무나 크게 들었다.

인사담당자분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아무리 다들 그냥 지원한다고 해도 다른 회사에 넣은 지원서를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고 그거 한번을 더 읽어보지 않아서 넣은 지원자를 볼

담당자의 마음이 굳이 듣고 보지 않아도 느껴저서,

내 스스로에게 화가 나다가도 안타까웠다.


무엇이 날 이리도 조급하게 다시 만들었나 싶어서.


왜 다시 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려서

이렇게 불안해서,

가고자 했던 길에서 벗어나

모든 길에서 헤매고 있는 것인지.


주위에서 하나 둘 씩 이직도 많이하고

퇴사를 많이들 하고 있다.

나와 같은 이유들로.


이 업종이, 직장이 맞지 않아서

이 곳에서 평생 이 업무를 해야한다는 두려움에

하루라도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길로 가고싶어서.


그래서 나는

작년에 코딩도 배우다가,

내 주위 많은 친구들이 취업이 안된단 이유로 코딩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보며

원래 내 전공을 살리고자 코딩을 포기하였고,

전공과 밀접한 재무, 회계 분야만 계속해서 찾아보았지만

사실상 내키는 포지션은 없었다.


내가 원하던 나의 모습은,

후선 업무만 맡아서 하는 재경팀 보다는,

회사의 수익에 관여할 수 있는

계속해서 팀원들과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어떻게 추진해야할지 회의를 끝없이 하며

결과로 도출해내는 그런 모습을 바랐는데.


그리고 분명

작년 은행을 퇴사하면서

단순 반복적 업무를 하는 업종, 직장보다는

끝없이 새로운 업무가 주어져서

내 스스로가 성장을 계속 해야만 하는 그런 회사를

원하는 것을 내가 잘 알았는데.


왜 난 다시

퇴사했던 그런 회사들의 공고만 찾아보고

그런 길로 다시 들어가려 했는지,

그래서 지금이라도 한번 브레이크를 걸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생각이 많아지면

술을 찾고, 사람을 찾던 나였는데

그것이 가져다 주는 만족감과 위로감은 잠깐 뿐 인 것을

많이 깨달아서,

이제는 내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지금 흔들리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내가 나를 더 알아갈 수 있다고.

그리고 당장 몇달 뒤, 일년 뒤를 보기 보다

몇년 뒤, 십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봤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말을 꺼낼 지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늦은 순간은 절대 아닌 것이라고.


그러니

내가 생각해둔 길이 있고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흔들리지 말고 가보라고.


그렇게 해서 그 최종점에 무엇이 있을 지는

가봐야만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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