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을 목숨처럼 여기는 교육

강삼영의 글쓰기

by 강삼영


다카하시 선생님과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나고야에서 네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후쿠이’.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후지요시 마사하루’의 책 “이토록 멋진 마을”의 배경입니다. 인구 79만의 작은 현(우리나라의 도단위와 같은 행정구역)이 어떻게 전국학력평가 1위가 되었는지, 그러면서도 행복도 1위를 달성했는지 궁금했습니다.


후쿠이 첫 일정은 오사카교육대학의 ‘왕린펑’교수의 강연이었습니다. 왕린펑교수는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후쿠이대 교직대학원을 거쳐 지금은 오사카교육대학에서 재직 중인 교육 전문가입니다. 중국인이 한국사람들 앞에서 일본 후쿠이현의 교육제도를 강의하는 모습, 낯선 풍경이지만 우리가 꿈꾸는 ‘평화로운 동북아시아’의 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어 살짝 설레기도 했습니다.


‘학교현장을 목숨처럼 여기는 교육’이 후쿠이 교육의 핵심철학이라는 왕교수의 이야기는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교육당국이 현장교사가 느끼는 생생한 고민들과 실천적 연구에 대해 고민하고 정책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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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이라는 사실은 어디서나 변함없는 가치인가 봅니다. 후쿠이 교육개혁의 핵심은 ‘교사’였습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행정의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후쿠이의 학교들은 교사들이 수업을 참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주간 시간표에 반드시 수업참관 시간을 별도로 배정해야 한다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주에 한 시간 동료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는 것이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교사가 교직대학원에 입학하면, 교수들이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로 직접 와서 대학원 과정을 지도한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겪는 임상적 사례를 중시하고, 교사를 연구와 협력의 주체로 인정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역 교직대학원의 긴밀한 연결과 도움으로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얻는 고민을 함께 해결해 나갑니다. 그리고 참관수업을 통해 늘 수업을 공유하고 성찰하기도 합니다. 성찰(reflection)은 교사의 성장에 가장 큰 동력입니다. 이런 현장 기반의 네트워크는 교사를 고립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함께 실천하고 연구하는 전문가로 성장하게 합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중·고등학교에서 교과담임교사들이 동학년을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3개 학년을 담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영어 교사 3명이 1학년, 2학년, 3학년으로 각각 나누어 맡는 식이라면, 후쿠이현에서는 각각의 교사가 3개 학년 한 개 반씩 가르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로 성장한 후쿠이 교사들은 틀에 갇힌 주입식 교육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생각하고 소통하는 다양한 교육 방식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교사들의 노력은 전국 학력평가 1위라는 결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건강한 가족공동체, 맞벌이가 가능한 충실한 육아교육환경, 섬유와 안경산업 중심의 안정된 산업기반이라는 긍정적인 조건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만 학력을 강조하는 선언적 정책은 허상입니다. 또 현장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정책의 무리한 적용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교사들이 학교 현장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강원 교육은 살아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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