至民중학교, 그리고 후쿠이 학생들

강삼영의 글쓰기

by 강삼영



강연이 끝난 후, 후쿠이현 시민(至民) 중학교를 찾아갔습니다. 학교에 들어서자 부드러운 곡선과 투명한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나뭇잎 모양의 공간이 채워져 있기도 때론 비어있기도 한 디자인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멋진 외관만큼이나 내부 구조도 특이했습니다. 강연장소로 가는 길 곳곳에 있는 작은 회의 공간과 넓은 광장, 벽이 없는 교실들이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강연 장소는 복도 쪽 벽이 유리로 되어 외부공간과 연결되는 넓은 교실이었습니다. 높은 천장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할 것 같은 멋진 공간에서 건축가 ‘야나가와 나나’ 선생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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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가와 선생은 시민중학교의 설계와 건축을 맡은 분입니다. 선생의 설명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설계단계부터 지역 주민이 함께했다는 점입니다. 지역이 학교와 연결되자, 재미있는 교육적 상상이 시작되었고, 그것을 “사회 환경과 가까운 공간”으로 풀어 설명해 주셨습니다.


학교는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듣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이런 인식으로 교실을 디자인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교탁과 칠판에 집중된 교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벗어난 사고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수십 년 전 교실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비슷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지역과 연결된 시민중학교는 이 당연함에 의문을 던지고, 과감한 공간혁신을 선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교실은 학년과 반이 아닌 교과 교실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1학년 1반, 2반 교실 대신 영어 교과실, 수학 교과실이 있는 식입니다. 이것을 “교과 센터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교과 교실제”와 비슷하지만, 모든 교과를 교과센터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이동식 보드로 배움의 공간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갑니다. 두 개의 교실을 하나로 이어 발표회를 하기도 하고 보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합니다. 각 교과 교실 앞은 '교과 미디어 센터'라는 넓은 공간이 다른 교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른 교실로 이동할 때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에 있는 친구들의 전시물들을 보며 함께 소통하게 됩니다. 후쿠이현의 모든 중학교가 교과센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해 여쭤보았더니 시민중학교 말고 다른 한 학교만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교과센터 방식이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학교 공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학교 구성원들이 동의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기대했던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후쿠이현 교육당국도 잘 알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시민중학교는 우리 개념으로 하면 “무학년제”라고 할 수 있는 “이학년제”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 2, 3학년 학생들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여러 활동을 하는데, 이것을 클러스터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각 클러스터가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며 학생들 스스로 배워나갑니다. 학교 공간 또한 여러 학년이 모이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학년 학생들이 모여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회의실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있는 사회의 모습처럼, 이곳에도 선후배가 만나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선후배들 사이의 갈등으로 또 다른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곳이 비슷하겠다 싶어 묻지 않았습니다.


학교에는 지역주민이 들어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런 공간들을 학생 공간과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학생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해 놓았습니다. 학교와 사회의 연결을, 아이들은 공간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실제로 지역 주민이 직접 학교 교육에 참여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지역의 행사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들이 모여 학생들은 '후쿠이 사람들”로 자라나겠지요.


후쿠이 교육이 길러낸 인재들은 많은 경우 후쿠이에 다시 정착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지역 경제에 불어넣는 활력은 후쿠이현의 높은 취업률과 낮은 빈곤율을 유지하게 해 줍니다. 지방 소멸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후쿠이는 희망의 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분명 교육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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