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를 지키는 것이 정말 아이를 위하는 길일까요?

강삼영의 글쓰기

by 강삼영

작은 학교를 지키는 것이 정말 아이를 위하는 길일까요?


모두가 특별한 교육연구원장 강삼영


내일모레 3월 4일이면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가 입학식으로 떠들썩할 것입니다. 하지만,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하는 초등학교가 157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소멸의 위기가 초중등교육에 가장 먼저 찾아올 것이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36만 9,441명입니다. 지난해보다 4만 명 넘게 줄었으며, 전체 초등학생 수도 200만 명 선이 곧 무너질 겁니다.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보면 학령인구 감소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국민 대다수가 모여 사는 수도권은 여전히, 출·퇴근을 ‘지옥길’로 비유하고 있고 과밀학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말입니다.

강원도만 놓고 보면 올해 초등학생 신입생 수는 9,300여 명이라고 합니다. 서울과 가까운 인구 100만 명이 사는 신도시 하나 규모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많은 6학년이 졸업하면서 강원도의 초등학생은 해마다 3,000명 가까이 줄고 있습니다. 설악산과 금강산을 끼고 있는 강원도 고성군을 살펴보면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고성군의 인구는 2만 7,305명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87명이고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고성군의 초등학생 전체 숫자는 500명을 넘기가 힘들 것입니다.

현재 고성군의 초등학생은 1,031명이지만 앞으로 5년 뒤 학령아동의 수는 반 토막이 날 것이고, 출생률이 가까스로 회복된다고 해도 앞으로 30년, 저출산의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 할 유산이 될 것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 수가 5~60명 될 때는 저도 학교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무 명도 되지 않거든요. 가끔 교육청이 학교와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지역을 다니며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평창군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자신은 학부모 회장을 몇 년째 맡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전학시키지 못했지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이웃들이 아이를 읍내 학교로 전학시키는 상황에서 학교를 지키는 것이 아이들을 위하는 일인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라고 하지만, 해마다 쪼그라드는 학교를 보면서 느끼는 상실감은 상상 이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농산어촌의 작은 초등학교는 적정 통학시간을 유지하면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긴밀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교육적 이점이 있기에 섣부르게 통·폐합을 해서는 안된다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인지적·정서적 성장에 따른 사회성 발달과 다양한 과제에 도전하는 기회도 꼭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작은 학교가 가진 이점 때문에 시골을 찾았던 학부모들이 자녀가 6학년이 되면 제법 규모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고민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과감한 재구조화 전략 없이 학령아동 감소라는 현상을 지켜보기만 한다면 농산어촌의 모든 학교가 자생력을 잃고 통·폐합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군마다 한두 곳을 선정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가까이 모여 있는 복합 캠퍼스 단지를 조성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복합 캠퍼스 단지는 농산어촌에 살아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이들을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교육 기반을 구축해 지역의 교육력을 지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직원, 학부모,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해 학교를 최첨단으로 다시 짓고, 교직원들은 개교 준비에 버금가는 치열한 협의 과정을 통해 지역의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경계성 지능을 가졌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영재성을 보이는 특별한 학생들을 위한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도 촘촘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에 창의융합배움터를 설립해 안전한 돌봄과 음악, 미술, 체육, 문학을 포함한 동아리활동, 다양한 마을 교육 프로그램을 지역의 문화·예술·체육인의 전문적인 지도아래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유·초·중·고 복합 캠퍼스 단지는 지금 준비하고 추진해도 5~6년 뒤라야 우리 눈에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군지역 출생아 수는 50명도 채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낳고 기를 부모들이 내가 사는 곳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역의 교육력은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대안을 내고 풀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자치입니다.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협력해 지역의 교육력을 지키는 아름다운 모습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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