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 중에 가장 더운 여름

강삼영의 글쓰기

by 강삼영

살아온 날 중에 가장 더운 여름


살아온 날 중에 가장 더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한 달이 넘게 이어지는 열대야, 밤에도 창문을 열 수 없었고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에 기대 잠을 잤습니다.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끈적끈적한 습기를 견디기 어려워 ‘자다 깨다’를 되풀이했습니다.

덥혀진 바닷물은 강원도 영동지역을 역대 최고의 기온으로 끌어올렸습니다. 38도. 사람의 체온보다 더 높은 숫자가 온도계에 찍혔습니다. 바다에 몸을 던져봐도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상청에서는 올해가 역대 두 번째니 세 번째니 하지만 이 더위가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 기반이 되는 지구의 생태적 질서를 파괴해 벌어지는 전 지구적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느끼는 위기는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8월 말,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했지만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없습니다. 따가운 햇살과 달아오른 복사열은 아이들을 실내로 몰아넣습니다. 운동장에 놀이기구들은 달궈진 난로처럼 손으로 만질 수 없을 만큼 뜨겁습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무더위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법) 제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해당 조항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하 "중장기감축목표"라 한다)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2030년 이후의 감축 계획이나 목표와 관련된 내용이 해당 법률안에 포함되지 않아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라 판단했습니다. 목표한 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 하더라도 2030년 이후 기후변화는 진행될 터이고 그에 따른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도 계속해야 하는데, 지속적인 감축 노력을 보장할 어떤 법적 장치도 없다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생명권과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2020년 청소년들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 이번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시민 기후소송(2021년), 아기 기후소송(2022년),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2023년)등 네 건의 헌법소원 청구를 병합한 사안으로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이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외침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으로 아시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2026년 2월 28일까지 효력이 인정되지만 정부와 국회는 그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더 강화된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강원도 남쪽 동해 바닷가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굴뚝이 어디서나 쉽게 보입니다. 강릉시 안인을 시작으로 동해시 북평동을 거쳐 삼척시 맹방과 호산에 이르기까지 8기에 이르는 발전소가 세워진 상태입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지금의 노력이 부족할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비웃고 있는 모습입니다.

처음 발전소를 짓겠다고 할 때 많은 사람이 반대했습니다.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미래의 에너지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송전을 하기 위해서는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송전탑 건설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 새로 지어진 발전소들이 최근 발전량을 줄이거나 가동을 멈추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생산된 전력을 공급할 송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찻길이 없는 산꼭대기에 자동차를 올려놓은 꼴입니다. 바닷가 풍경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지역발전 운운하며 발전소 건설을 강행했던 정부와 자치단체장, 사업주들이 어떤 책임을 지는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동안 기후위기는 심각해졌습니다. 탄소중립은 정해진 미래입니다. 과감하게 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에너지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날마다 아이들을 만나는 어른들, 특히 교사와 부모들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고 역사적인 판결을 끌어낸 과정을 교육활동과 연결하고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구경꾼이 아닌 당사자로서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살아온 생에 가장 더운 올해 여름이, 남은 삶에 가장 시원한 여름일 거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송을 시작한 청소년 기후행동의 입장문처럼 기후위기 앞에서 안전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함께 손잡고 그 길을 갑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른들의 지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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