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영의 글쓰기
“선생님, 몇 연차에요?”
“23년 구발입니다”
“구발?”
“9월 발령을 구발이라고 해요.”
“아, 처음 듣는 말이네요. 그런데 선생님은 요즘 가장 힘든 게 뭐예요?”
“민원이랑 업무가 어려운데, 업무는 시간을 투자하면 되는데 학부모 민원은 부담백배예요.”
우연한 자리에서 발령받은 1년쯤 되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선생님들이 가장 부담스럽게 여기는 일이 민원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계 최저의 출생률 때문이겠지만 아이가 가족관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한 아이가 입학을 합니다.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를 여섯 명의 어른이 애처롭게 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아빠, 엄마까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거라 여기는 금쪽같은 아이가 부모 품을 벗어나 기초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교육적 상황에 놓이기 마련입니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자신 없는 일에도 용기를 내야 합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새롭게 처음 겪어야 하는 일을 해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들도 애가 탑니다. 아이 앞에서는 학교의 장점을 인정하고 교사의 지도력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만, 부모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갈등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갈등을 그대로 교사가 맞닥뜨려야 할 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런 일까지’ 싶은 일도 민원의 모습으로 교사들을 힘들게 합니다. 특히, 교직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저경력 교사들에게는 그 어떤 일보다 부담스럽기 마련입니다. 교사 개인의 문제라 할 수는 없겠지요. 우선은 교장, 교감이나 선배교사가 짐을 나눠져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교육학은 교사나 학부모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아는 과학이 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학부모 학교’를 세웠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입학하기 두 해 전에 ‘학부모 학교’에 참가 지원을 하고, 거기서 자녀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업을 듣는다. 학부모 학교의 주요한 활동은 교장이나 교무 주임 또는 경험이 많은 교사가 강의하거나 대화하면서 심리학과 교육학의 이론 지식을 가정교육의 실제와 긴밀히 연관시키는 것이다. 교수요강에는 사범학원 과정의 모든 부분이 다 언급돼 있지만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둔 것은 연령심리학, 개성심리학, 체육, 지식 교육, 도덕 교육과 미적 교육 이론들이다. 우리는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다 ‘학부모 학교’에서 배운 이론 지식들을 자녀의 정신생활에 연관시킬 수 있게 하려고 힘썼다. ‘학부모 학교’에서 교사 일을 하는 우리들은 고도의 지혜와 민감성을 갖추어야 한다. 어느 때든 우리는 아이의 마음을 ‘송두리째 드러내지 말아야’ 하며 가정 관계에서 가장 자극적이고 쉽게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방면의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개별적으로 대화하는 과정에 이야기해야 한다. ‘학부모 학교’ 없이는 원만한 가정과 학교교육을 생각할 수 없다.
러시아의 교육학자 수호믈린스키의 책 ‘선생님께 드리는 백가지 제안’에 나오는 글입니다. ‘학부모 학교 없이는 원만한 가정과 학교교육을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돕니다. 수호믈린스키의 지혜를 빌린다면 지금 학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어쩌면 학부모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번 돌아봅니다. 학교에서 펼쳐지는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의 평가가 점점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잘 다닐까’ 불안해하며 정보에 목말라합니다. 다행스럽게 불안과 걱정을 학교 선생님을 통해 해결하면 좋겠지만, 학교의 문턱은 여전히 높게만 보입니다. 불안감이 높아지면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되면서 떠도는 소문에 기대 아이를 더욱 힘들게 하기 쉽습니다.
지금 교육계는 학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을까요. 개혁적인 교육정책이 힘을 잃고 표류하는 까닭이 학부모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명분만 내세워 혼자 가려고 하기 때문은 아닌지요. 학부모들에게도 교육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합니다. 시도교육청마다 학부모 연수원을 세워 체계적인 배움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의 주체로서 학부모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