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삽목을 하다.
13. 삽목을 하다.
출근하기 전에 처남이 수국 삽목 동영상을 톡으로 보내왔다. 그리고 오전에 나한테 들려 수국 삽목을 하자고 했다. 농원에서 벽돌로 삽목 장소를 만들어하자고 했다. 점심에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물을 자주 줘야 하니 여기서 해야 한단다. 그러면 생각한 김에 해야겠다고 산림조합으로 갔다. 수국 3개를 사고 화분과 상토 1포를 사 왔다. 아내가 삽목 하는 걸 형제들에게 톡 했더니 둘째 처제가 삽목 하려고 장미와 배롱나무를 구해놓고 수국은 없어서 화원에서 구하지 못하고 상토도 구하지 못했단다. 역시 텔레파시가 통했다. 둘째 처제는 곧바로 달려왔다.
셋이 같이 작업하고 상토와 화분이 모자라서 구하러 처제와 모충동 화원을 갔다. 화원에서 쓰다 남은 상토를 사고 모종 화분을 얻어오는데 처제가 비호같이 40개를 찾아냈다. 화원 뒤꼍에 잡동사니 쌓여있는 데서 주인도 5~6개밖에 못 찾았는데 30개 이상을 찾아냈다. 정말 대단하다. 처제와 일하면서 계속 깜짝깜짝 놀란다. 원래 그렇게 일을 잘한 거 같진 않았는데 세월이 그렇게 변모시켰던가! 하여튼 수국, 장미, 배롱나무, 야래향, 일일초 삽목 작업을 끝내니 배가 고파 밥을 2 공기나 먹었다. 역시 노동을 해야 밥맛이 좋다. 오늘 삽목한 꽃들이 옥미원을 수놓을 걸 생각하니 흐뭇하고 행복했다. 둘째 처제는 옥미원을 명소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말했다. 꿈도 야무지다. 꿈은 꾸는 자의 몫이고 이루어지리라. ㅎㅎ 그런데 난 5남매만 행복하면 된다. 너무 작은 꿈인가? 난 가장 큰 꿈이라 생각한다. 아내가 오늘을 마무리한다. “우리 아버지가 하던 일을 자식들이 하네요.”
한 달 후 다른 것들은 잎을 달고 유지하고 있는데 배롱나무는 잎이 다 떨어졌다. 다 죽은 줄 알았다. 며칠 후 아침에 출근해서 삽목한 배롱나무를 보고 놀라움에 경탄했다. 새싹 돋은 게 9개에서 15개로 늘어나더니 29개나 잎이 나왔다. 거의 반은 잎이 나왔다. 신기했다. 형제들에게 사진 찍어 보내고 생명의 부활에 경탄했다. 말라비틀어지기에 포기했었는데 싹이 나와 놀랬고 계속 피어나니 경탄스러웠다. 아무리 황량해도 살아갈 이유 하나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 인간도 그러면 좋겠다. 생명의 끈이 있는 한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새 희망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삽목 해보니 우리의 삶이 접목된다. 사는 동안 수백, 수천, 수만 번이라도 다시 태어나자.
밤 기온이 내려가니 바깥에서만 키울 수 없어 가게 안으로 들여놨다 내놨다 했다. 매일매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잎을 매달고 있으면 살고 있는 거겠지. 새싹을 내놓으면 살고 있는 거겠지, 생각하며 살피니 자식을 키우는 거와 다를 바 없었다. 소중하게 정성껏 물을 주고 햇살과 온도를 잘 맞추려고 힘썼다.
어느 날 보니, 사는 건지 죽는 건지 확신이 없다가 수국과 장미가 뿌리가 내리는 걸 보고 안심을 했다. 살았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삽목을 해봤는데 성공이었다.
겨울이 되니 낮에도 추워 밖에 내놓을 수 없게 되어 옆집 가게를 빌려 들여놨다. 마침 옆집 가게가 세가 나가지 않아 비어 있었는데 집주인한테 부탁해서 들여놓았다. 햇살도 적당히 들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내년 봄에 농원에 옮겨 심어 그 꽃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