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

14. 집을 지으며 집 이름을 공모하다.

by 김근회

14. 집을 지으며 집 이름을 공모하다.


가을이 깊어감에 천막생활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난 바깥에서 계속 일을 하니 그다지 추운 줄을 몰랐지만 여자들은 추워하기 시작했다. 석유난로를 틀어놓으니 낫긴 한데 얼마 안 가 농원에 오기 싫을 거 같았다. 긴 겨울에도 오 남매가 함께 해야 되는데 여기서 중단할 수는 없지. 가설건축물 허가는 받아놨었다. 집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을 짓기로 했다. 비용은 내가 대고 작업은 처남이 하기로 했다. 업체에 맡기는 것이 아니고 직접 처남이 설계해서 자재를 사고 인부 사서 짓기로 한 것이다. 10월부터 집 짓기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골조작업부터 처남은 손수 짓기 시작했다. 집을 생애 처음 짓는 것이었다. 그동안 연구는 계속해놨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니 고생문이 열렸다. 집을 짓는 2달 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다. 나도 틈 나는 대로 돕긴 했지만 직업상 많이 도울 수가 없었다. 둘째 처제는 자주 불려 나갔다. 집을 짓느라 농원의 구조를 확 바꾸었으니 날마다 일이 많았다. 인부들 식사 준비도 하고, 감독도 하고, 꽃밭도 다시 만들고, 자재나 시설물 고르는 일과 인테리어에 처남과 동참하느라 많은 시간을 내어주었다. 우리 농원의 매니저이니 책임감도 있지만 계속되는 노동에 시달려 몸이 안 좋아 힘들어했다. 무엇보다도 오누이는 본인의 일들을 뒤로하고 집 짓는 일에 온몸을 던져 희생했다. 처남은 누나와 함께 하는 게 좋아서도 더 열심히 누나를 불러댔다. 자신들과 오 남매를 위해 하는 일이었지만 매우 미안스럽고 안타까웠다.


두 달 만에 집을 완성했다. 기대 이상의 집을 지었다. 무엇이든 함께 하니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 120% 만족이었다. 머리 맞대고 함께 지으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업자들이 짓는 집은 워낙 작은 규모이니 한계성이 있어 장난감 같은 집일 수밖에 없어 보였다. 방한에는 신경 쓰였지만 농원의 뷰를 감상하기 위해 과감하게 자바라 창과 통유리로 개방감을 주고 최대로 높게 지어 위의 창문도 많이 내니 집이 상당히 커 보였다. 장난감 같은 모습은 면했다. 크지는 않지만 집 같은 집을 만들었다. 특허출원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잘 모르지만 가옥은 특허가 안 된다고 했다. 다행히 추운 날 따뜻한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집을 짓는 동안 이름을 지어야겠어서 4 자매의 ‘옥’ 자 돌림자를 넣고 처남과 나의 ‘근’ 자를 써서 ‘옥근정’이라고 지었다. 이름이 촌스럽다고 해서 취소하고 오 남매 가족들에게 집 이름을 공모하기로 했다. 상금도 걸었다. 조카들도 많이 참여하여 15개의 이름이 출품되었다. 저마다 뜻을 실어 지었다.

큰 처제 생일날, 생일 파티를 하고 집 이름을 투표로 결정했다. 5남매가 2개씩 선택했는데 ‘오온당’이 3표를 얻어 결정됐다. 근화정 2표, 옥유재·자령재·라세밀라·아르모니아·옥누르 각 1표씩 득표했다. 15개의 출품작 중에 5남매가 뽑은 6개의 이름은 기억해야겠다. 5남매의 마음이니까... 고뇌하며 ‘오온당’을 뽑아낸 둘째 처제에게 축하를 보냈다. 상금은 꼭 자신을 위해서 쓰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옥누르와 옥유재를 출품한 조카들에게도 소소한 상금을 지급했다. 예정에 없었지만 자식들의 관심과 열성에 탄복하여 마땅히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2등 한 ‘근화정’은 마음속에 보관했다. 언젠가 붙일 곳이 있을 거 같지 않은가! 나중에 정자를 지으면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집 이름 공모 이벤트 참 즐거웠다. 우리 오 남매의 가족들이 옥미원을 통해서 무엇을 열망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났고 마음들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움, 편안함, 화목, 조화, 고요함, 오래도록, 따뜻함, 가족, 씨앗, 뿌리, 정과사랑, 유쾌, 단 하나, 소중함 등 이런 마음들이 집약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이렇게 살고 싶은 거다. 전율이 일었다. 눈물이 났다. 우리 함께 이렇게 살자고 다짐했다.


오온당(五蘊堂)':

오온은 불교용어로 생멸·변화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오온이란 인간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물질적, 정신적 요소(色蘊·受蘊·想蘊·行蘊·識蘊)를 말함인데, 현상적 존재로서 끊임없이 생멸·변화하는 것이기에 상주·불변하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제행무상(諸行無常)이고 집착할 자아가 없는 것이다. 무아(無我)를 의미한다.

'오온당(五蘊堂)'은 다섯 五와 쌓을 蘊이니 "5남매가 情을 나누고 쌓는 집"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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