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을 맞으며

15. 농원에 집을 짓고 첫눈을 맞으며

by 김근회

15. 농원에 집을 짓고 첫눈을 맞으며

첫눈이다. 하늘에서 축복을 내려주었다. 밤새 조용히 내려 하얀 천국을 만들어 주었다.

처남은 농원 집(오온당)에서 자고 아침에 사진을 전송했다. 기가 막힌 풍경을 혼자 감상하기가 아까웠나 보다.

아내와 큰 처제와 함께 눈 쌓인 도로를 달려 도착하니 둘째 처제와 막내 처제가 벌써 와 있었다. 둘째 처제가 아내를 얼싸안고 춤을 춘다. "고마워~언니~"하면서 어린아이처럼 깡충깡충 뛰어댄다. 막내 처제도 얼쑤~흥을 즐기니 세상에 이런 경사가 있나!

둘째 처제는 들어오는데 설렘으로 가슴이 콩닥거렸단다. 얼마 만에 느끼는 설렘인가 까마득하다고 했다. 살면서 우리는 가슴 뛰는 설렘을 잊고 살아온 거 같다. 눈이 쌓여 위험해서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막내 처제 차를 타고 들어오면서 음악 볼륨을 크게 하고 춤을 추며 흥분을 했다고 했다. 순수한 감성을 뽑아내니 그곳의 매력은 어디까지일는지.. 50대 후반에도 가슴 뛰는 설렘이 살아있다니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가도 생각해봤다. 난 콩닥거리는 설렘은 아니더라도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건 느꼈다.

때맞추어 바로 우리를 축복해주듯이 하늘에서 눈 폭탄을 쏟아붓는다. "바로 이거야~" 모두들 황홀경에 체포되었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난리법석이었다. 겨울에 옥미원의 눈 내리는 풍경이 그려져 농막을 지을 결심을 했는데 상상했던 그림을 그대로 만들어 주니 얼마나 신기하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정말 살아가는 건 마음먹는 대로 길이 되는가 보다.

농원에 집을 짓고 첫눈으로 이렇게 보답해주다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우리는 확실히 복 받는 거겠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가슴들이 부풀대로 부풀어 올랐으리라. 어릴 적부터 우리는 눈 오는 날, 드넓은 하얀 들판을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며 넓은 가슴을 키웠지 않은가! 요즘 도시의 아이들은 하얀 눈밭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넓은 가슴을 키우지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깝다. 겨울에 함박눈을 즐기고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행복을 느끼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나? 까짓것 한바탕 재미있게 살아보자, 고 다짐했다.

눈이 그치자 할 일이 있으니 일을 시작했다. 난 뒤뜰 주변 벽돌 깔기를 하고 오 남매는 힘을 합해 영차, 무거운 돌을 옮겨 자리배치를 했다. 큰 처제와 막내가 힘을 쓰니 제법 일을 수월하게 해내는 거 같았다.

만두를 몇 개씩 먹어서 일부터 하다가 둘째 동서가 와서 같이 늦은 점심을 먹었다. 큰 처제가 준비한 뼈다귀 해장국은 사 먹는 거보다 맛있었다. 얼마나 맛있게들 먹는지 이런 게 형제들이 함께하는 맛인가 보다. 여럿이 함께 먹으니 무엇이든 맛이 배가 되는 거 같았다.

둘째 동서가 동호회 사진전에 출품했던 사진 2점을 가져왔다. ‘여명’과 ‘몽돌의 노래’중 하나를 농막 완공 기념으로 선물한단다. 심혈을 기울인 소중한 작품을 선물하니 고마웠다. 직접 걸어보니 모두 '몽돌의 노래'를 선택했다. 역시 옷은 입어봐야 하고 사진도 걸어봐야 되는구나. 사진을 걸어 놓으니 한결 분위기가 살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처남 가족들과 둘째 처제가 게장과 꽃게탕을 준비해 놓고 농막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갔다. 평소 잘 먹지 못하던 음식이라서인지 너무 맛있게 배부르게 먹었다. 비린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아내와 아들도 맛있게 먹었다. 멀리 있어 생일 축하파티를 못했다니 지난 생일이지만 조카 생일 축하도 해주었다. 조카들과도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새벽 2시경 나오려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서치라이트를 비추니 처음엔 눈발이 내리기 시작할 때는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거 같았다. 이어서 펑펑 쏟아지는 눈은 황홀함 자체였다. 환호성을 지르면서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에서 축복이 내려온다. 너무 행복했다. 새벽에 눈발의 향연을 마음껏 즐기고 나왔다.

◆첫눈

눈 쌓인 사진이 날아왔다.

고즈넉하고 몽환적인 느낌이다.

오 남매의 낙원에 축복이 내렸다.

세상이 깨어날까 밤새 소리 없이 조용히도 내렸구나.

나무에 하얀 옷을 입혔다.

들판에 솜이불을 덮었다.

내 마음에 하얀 비단이 깔렸다.

내 마음에 발자국을 찍는 사람들

사뿐사뿐 어서들 오시게.

모두 다 사랑하리라.


농막을 짓고 첫눈이 내려 하얀 천국을 만들어 줬다.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새벽에 눈폭탄을 쏟아부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줬다.

이전 14화꺾꽂이를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