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맞으며

2020년을 보내며, 2021년을 맞으며

by 김근회

17. 2020년을 보내며, 2021년을 맞으며


지나고 보니 2020년은 참 빨리도 흘렀다.

나와 오 남매가 함께 한 시간들 순간순간을 기억의 저장고에 담아두고자 사진도 많이 찍고 일기도 쓰고 브런치에 글도 썼지만 놓친 건 없는지 잃은 건 없는지 경자 년의 필름을 다시 돌려 본다.

코로나가 창궐하여 세계가 들끓었지만 나와 아내는 농원이 전부였다. 오로지 농원의 일들만 있었던 거 같다.

아프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모두 농원 땅에 묻었다. 이별은 무엇인지, 우리들이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들이 지켜야 할 건 무엇인지, 무엇이 소중한지, 행복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쉼 없이 물음표를 던졌다.

금세라도 깨질 것 같고 터질 것 같았던 마음들을 조심조심하면서 한 걸음씩 서로에게 다가갔던 날들이었다. 모두들 다 잘해 나왔고 흡족한 결과 앞에 숙연한 마음으로 감사한다.

이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꿈만 같다. 형제들이 우리 부부를 믿고 신뢰했으니 가능했다고도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오 남매의 끈끈한 연결이 살아 있었다. 함께 똘똘 뭉쳐 살았었으니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같은 유전자를 받은 부지런함, 명석함, 꼼꼼함, 긍정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자화자찬도 한몫했다. 훌륭한 유전자라 생각한다. 자긍심과 자존감으로 긍지를 가져도 좋지 않겠는가!

그 무엇보다 오랫동안 닫아 두었던 사랑의 샘들의 뚜껑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건지 우리는 수없이 잃기도 찾기도 하며 살아가는가 보다. 형제들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렇게 살아가면 좋겠다. 우리는 서로에게 행복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 그래서 소중하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잃었던 고향의 향기를 찾았고 잃었던 그 무엇을 다 찾은 거 같았다.

아듀~2020년~

경자 년의 마지막 밤, 일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정원으로 들어갔다. 막내 처제만 함께 못했고 모두 모였다. 내 아들과 처남 딸들도 왔다. 둘째 처제가 특별히 음식 솜씨를 발휘해 유부초밥을 예쁘게 차려놓았다. 가래떡을 먹고 저녁을 때우고 밤 10시에 들어가서 출출해서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더 맛있었다. 둘째 처제의 음식 솜씨는 워낙 빼어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식사라서 더 맛있었다.

처남 큰 딸이 오 남매와 나의 잠옷 바지를 선물했다. 고맙기도 하지만 난 선물 받는 게 참 아직도 멋쩍다. 고맙다고 인사는 했지만 리액션이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모두 잠옷 바지를 입고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발가락 따봉’도 해봤다. 다른 사람은 다 되는데 난 잘 안 되었다. 애를 써보니 좌측은 되는데 우측은 영 안 되더라. ‘치명적인 하자’가 드러났다. 모두들 박장대소하며 웃어 젖혔다. ‘테스 형’ 노래처럼 턱 빠지게 웃었다. “테스 형~ 소크라테스 형~ 내게 이런 하자를 준 이유를 아시오? 모르겠소. 테스 형~ 알면 갈쳐 주시오~”

자식들은 퇴장하고 사 남매와 맥주 한 잔 했다. 뒤꼍 창고에서 차가운 날씨에 시야시가 제대로 되어서 정말 속 시원하게 차가웠다. 몸이 추워질 정도로 차가운 맥주 한 잔 하고 잠을 청하는데 처남 코골이가 오온 하우스를 진동시켰다. 눈이 내린 설원이 밝아 밤이라도 대낮 같은 날이라 잠을 자고 싶지 않은 날이긴 해도 한 숨 못 자는 밤이 지겹지 않음은 또 어이된 일인지.




2021년 신축 년의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맞이 하느라 전국 명소를 찾고 분주해도 우리 부부는 한 번도 해맞이를 위해 움직여보지 않았다. 우리 농원에서 해맞이는 해야겠지, 하고 ‘나 홀로 해맞이’를 했다. 떠오르는 태양을 가슴으로 받았다. 2021년의 안녕을 바라면서.. 오 남매의 식구들의 행복을 간절히 빌면서..

점심엔 둘째 동서와 아들 둘이 함께 들어왔다. 떡국을 끓여서 함께 식사를 했다. 새 해 첫날 이렇게 모여 떡국을 함께 먹다니 감개무량했다. 식사 후 갈 사람은 가고 한가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둘째 처제는 그림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뒹굴 거리다 잠을 자다 하는 사이에 난 어지러이 놓인 대리석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큰 처제와 둘째 처제는 잠옷 바람에 이불 하나씩 두르고 산책을 했다.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공간이니 차려입을 필요도 없었다. 둘째 처제가 산책하다 매의 눈으로 베어 놓은 나무들이 있는 걸 발견하고 나무 주우러 가자고 해서 제법 수확해왔다. 바싹 말라서 땔감으로 제격이었다. 난 해맞이 산책할 때 같은 곳을 돌았어도 해만 따라다녔지 나무는 발견하지 못했었다. 역시 매니저는 달랐다. 넓은 정원에 불을 피워 놓는 일도 중요한 일이니 땔감을 확보한 것이다.

‘불사랑’ 나는 신나게 화덕에 불을 올렸다. “딱 딱 따다닥 따다 다닥” 소리가 참 좋다. 활 활 타오르는 불길이 신난다. 2021년 첫날에 신나게 불 사랑을 하고 퇴장했다. 둘째 처제와 처남은 ‘농원 사랑’으로 남아있었다.


2020년은 잘 살았다.

잘 이겨냈고

잘 버텼고

잘 성장했고

잘 사랑했다.

2021년 더 잘 살아보자.

더 유쾌하게

더 여유롭게

더 사랑하며

더 행복해지자.

KakaoTalk_20210104_220904391.jpg 2020년 망년의 밤을 유부초밥으로 세팅!
KakaoTalk_20210104_220952825.jpg 처남 큰 딸이 선물한 잠옷 바지를 입고 '엄지발가락 따봉' 하는데 안 되는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이전 16화고향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