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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회 Mar 22. 2021

오 남매의 낙원 2(목련꽃이 피고 있다)

3. 목련이 피고 있다.

3. 목련꽃이 피고 있다.     


◆ 오 남매 목련  /  김근회      


여인의 속살같이

맑고 깨끗한

목련꽃이 터진다      


북쪽 하늘을

그리워하며 바라보아

'북향화'      


북쪽  바다 신을  애모하여

죽어 피어난

'공주 꽃'      


고귀하고 우아한

자태는

곱기도 하여라.      


세 번의 산고를

치르고 탄생하는 줄

예전엔 몰랐네      


작년 이맘때

다섯 그루 옮겨 심어

오 남매의 이름 붙였네      


형제들의 이름으로

피어나니

너무도 사랑스러워라      


그런데 이상하다

나이 차별하네

나이 역순으로 꽃이 핀다     


목련꽃그늘에서

도란도란 속삭이며

평온하고 행복하리라.

(2021.03.18)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1년의 기다림으로 목련이 피고 있다. 막내 처제 목련이 첫 몽우리를 터트렸다. 작년  이맘때 처남이 지인한테 꽃이 핀 목련 다섯 그루를 얻어왔다. 마침 다섯 그루라 오 남매의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반구형으로 심고 우측부터 순서대로  이름을 붙였다. 이곳에서 오 남매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자리를 만들고 고향의 향기로 삶의 쉼터를 만들어 행복하자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일이니 목련 나무에 오 남매의 이름을 붙여 잘 가꿔 보자고 했다. 나무를 옮겨 심으면 죽는 나무도 많으니 걱정도 됐지만 다섯 그루 다 잘 살아다오, 기도를 했다. 다행히도  한 그루도 실패하지 않고 살았다. 때가 돼도 몽우리가 맺히질 않아 노심초사했는데 몽우리가 올라오고 꽃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젊은 순으로 막내 목련부터 왕성하게 몽우리를 만들더니 1번으로 꽃을 펼쳤다. 나이의 역순으로 봉우리가 올라오니 너무도 신기하다. 젊음의 순으로 나무 세포도 재생하는 건가. 나무의 나이 순서대로 심은 건가? 이름 붙여 놓으니 젊은 나이 순서대로 피는 건가? 모를 일이다. 소크라테스 형도 모르겠지? 하느님만이 아실 것이다. 틀림없이 오 남매의 간절한 소망을 아시는 거야.      


둘째 처제가 목련 한 송이를 따다 꽃차를 준비했다. 처음 맛보는 목련꽃 차향이 참 좋다. 연 노랗게 우러나오는 맑은 차를 마시니 마음이 개운해지는 거 같다.


며칠 전엔 명자나무 3그루를 처남 지인한테 얻어왔다. 꽃이 너무 예뻐 집 가까이 심었다. 이사시켰으니 올 해는 못 피겠지만 명자나무도 아름다움에 한몫할 것이다. 열매도 작은 나무에 주렁주렁 엄청 달린다니 효소로 담아 몸에 좋은 약으로 만들어 먹을 예정이다.      


이번 주말엔 막내 처제도 오랜만에 왔다. 주택을 짓고  이것저것 손볼 일이 많아 농원에 오지 못했다. 큰 처제는 손자 돌잔치해주느라 못 왔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 초대를 생략하고 식구들끼리만 단출하게 치른단다.      


우리 다섯 명은 김치찌개로 점심을 먹고 배추 모종과 대파 모종을 사고 처남 지인의 농장으로 가서 작약과 매실나무를 캐왔다. 오는 길에 개나리도 꺾어왔다. 처남 지인의 농장에서 공짜로 많이도 가져온다. 둘째 처제 말마따나 우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자는 생각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는 약대를 졸업하고 처음 선배 약국에 가서 실습할 때 배운 덕목이다. 그때는 약국에서 직접 조제를 할 때라 조제기술을 선배들한테 전수받았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 효과 좋고 싼 약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어쨌든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얻고 꽃은 씨앗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다.      


작년에 예쁜 꽃을 많이 사다 심어보니 살아나는 놈 보다 죽는 놈이 많아서 올해는 씨앗으로 다 뿌렸다. 처음 해 보는 정원 가꾸기이니 어떤 시행착오도 두렵지 않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야생에서 강한 놈만 살아나리라 생각한다. 1주일에 한 번 가는 주말 농원이니 도리가 없을 거 같다. 간이 비닐하우스를 이용하니 효과가 있다. 멋모르고 일찍 파종해놓고 궁여지책으로 비닐을 씌워놓으니 제법 싹이 올라왔다. 씨뿌리고 비닐 씌운 유채는 잘 자라고 있고 구근에서 싹을 올린 튤립ㆍ수선화ㆍ 히아신스도 잘 크고 있다.히아신스는 두개, 수선화는 하나가 꽃대를 올렸다. 블럭담 밑에 마구 뿌려놓은 접시꽃도 싹이 올라오고 있다.        


오후 시간에 우리는 열심히 일을 했다. 매실나무 2그루는 매니저 둘째 처제의 지시대로 화단 중간에 심었다. 나무가 없어서 허전했었는데 제법 모양이 난다. 역시 매니저야. 아내도 매우 만족해했다. 작년에 실패했던 개나리 꺾꽂이도 올해는 실패하지 않으려 언덕 위의 산에 꼽았다. 한 곳에 여러 개씩 뭉쳐 심었다. 밭에는 살균제 약을 주고 검은 비닐을 씌우고 사온 모종을 심었다. 언제 다 하나 했는데 손들이 빨라 후딱 해치웠다. 농부도 아닌 사람들이 농원에만 오면 날아다닌다. 잠시 휴식도 없이 일을 마칠 때까지 죽어라 일만 한다. 일주일에 한 번 하니 어쩔 수 없다.

봄바람이 제법 매서웠다. 해가 넘어가니 겨울처럼 춥다. 일찍 뿌린 꽃씨들이 잘 버틸까 또 걱정이 됐다.

개나리를 심고있는 세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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