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삼스레 내 소중한 승모근을 인식하다
실내운동을 하는데 문득 며칠 전 만남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대체 어찌 관리하세요?"
"뭘?"
"승모근이요. 선생님의 승모근은 항상 그대로예요?"
"엥? 무슨 관리? 그리고 무슨 승모근?"
이 나이에 무슨 관리냐고 '팩', 코를 풀어버리고 싶었다. 자칫 비웃음이 아닌가 싶었다.
'이 낡은 사람에게 승모근을 운운하다? 대체 내가 얼마나 가볍게 보인다는 것일까?'
잠깐 속앓이를 하고 내게 물음을 던져온 아씨를 돌아보니 절대 아니다. 그녀는 남의 모양새를 비웃고 지지고 할 여자가 아니다. 참 착한 사람이다. 공인된 모범 시민이며 남을 위한 일일지언정 자신에게 주어진다면 제 한 몸 기꺼이 헌신하는 후배이다.
얼마나 고마운가. 이날 이때껏 나 스스로 뚜렷한 의식 아래 내 몸 관리를 위해 한 것이라고는 없다. 아니 딱 한 번 있구나. 내장이 고장 났을 때였다. 그 매운 생태탕에 청양고추 조각을 퍼부어 처묵처묵 하는 것은 무슨 악다구니냐고 몸이 발악했던 날이었다. 이후 조심 또 조심해서 식사를 해 왔다. 요즈음 상태가 꽤 괜찮게 느껴진다고 또 쭈욱 늘어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물어오는 문구에 '항상 그대로를 어찌 유지하느냐'는 것이 삽입해 있음은 일종의 질투를 포함한 숭앙의 의미를 포함하지 않느냐? 그래, 그녀, 착한 그녀는 절대로 질투 따위 거무스레한 꼴은 하지 않을 참한 사람이니 '숭앙'에 무게를 두자.
"숭앙이라고?"
"이 여자 미쳤네~"
눈 부라리려 들지 말라. 가만 떠올려 보라! 현대인은 '돈'과 '몸매 관리'를 최우선으로 산다고 여겨지는데~, 뭐 그것이 그리 틀어진 세태 파악은 아니지 않은가. 조금 과하게 표현했다손 치더라도 '반영'은 분명한 것이니, 그대들이여, 부디 용서하시라! 얄팍한 사람의 뇌는 흥분이 먼저이니 그저 잠깐 흥분했다고 진단하고들 화를 멈추시라.
그래, 내가 오직 일편단심인 것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몸매'이다. 우하하하하~. 몸매라! 웃긴다고들 할지 모르지만 생각난다. 관련된 한 컷을 좀 누출하노니 미루어 짐작하시라. 내 몸매가 어느 정도일지 말이다. 어느 날 제법 긴 횡단도로를 바삐 걷고 있었어. 한 남자, 지인이었다. 이 말 저 말 대따 부풀리고 쪼그라뜨리고서 쓸데없는 잡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이는 아니고 공식적으로 알았다가 비공식적인 사이가 조금 된 사람 말이다. 그 남자 횡단보도에서 나를 봤다며 꽤 긴 시간이 지난 후 내게 말하더라니.
"당신은 말이야. 몸매 하나는 변함이 없어. 거 대단해. 나이 먹어 그 몸매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보통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야. 사실, 인간사 매사 몸매 관리가 전부라고 말할 수 있거든. 몸매라는 것이 말이야, 여러 갈래로 연결되거든. 인간사 관계의 법칙이 거미줄처럼 지어져서 살아야만 하는 것인데, 그 근본에 해당되는 요소 중 하나인 몸매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니, 대단해요, 대단해."
어설픈 철학자 시늉에 가새표를 들이밀며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대화를 차단했지만 내 몸매의 변함없음은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처녀 시절 입었던 옷도 여전히 걸칠 수 있다. 꾸준히 유지되는 몸매는 내가 옷을 못 버리는 것이 타성이 된 이유도 되리라. 어쨌든 내 변함없는 몸의 선과 부피 중, 그중 승모근이라. 그녀의 물음 직후 내 손바닥으로 목 양쪽으로 쫘악 나비 날개처럼 펼쳐진 승모근을 직접 만져 확인해 봤다.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앙상하다는 것뿐이었다. 승모근인들 어찌 세월을 비켜갔겠는가. 그냥 그 모양새로 그 자리에 있을 뿐! 단 한 번도 승모근을 위한 마사지를 한 적 없다. 특별히 승모근의 본모습 유지를 위한 약을 복용해 본 적도 없다. 늘 하는 실내 운동 7종 1세트도 승모근 유지라는 목표를 위해 꼭 집어서 한 적이 없다.
모임원들은 두 눈 크게 뜨고 내 승모근에 삼십 분 넘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녀와의 대화도 이어졌다. 제법 신중해졌다. 나의 승모근은 그저 부끄러웠을 텐데 빨강으로 물들여서 '겸손'이라는 자기 관리를 좀 했으려나?
"내 팔자에 승모근 관리를 위한 시간을 특별히 할애하여 살 수 있었겠어? 그냥 가까스로 살아오는 생인데 뭘!"
"그래도 그렇지요. 나이 들면 턱살 부풀면서 축 늘어져요. 그 여파가 승모근에 미치고요. 승모근이 지닌 아름다운 곡선은 그냥 무너지고 말거든요. 젊은 사람들 승모근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그 오묘한 선 말입니다."
"아니야. 나 단 한 번도 승모근을 내 몸의 한 부분으로 인식해 본 적도 없지."
"아니요, 선생님, 숨기고 있는 거죠? 매일 목 마사지하고 그러시죠?"
"아하, 아니라고. 참 내 이곳이 승모근이라고 칭하고 그곳 위치 확인이라도 하기 위해 거울을 본 적도 없는 걸?"
숨을 곳을 찾고 있을 승모근의 외곽선을 어루만지면서 얼굴까지 벌겋게 된 채 앉아있는 나를 그녀가 다그쳤다.
"아뇨, 분명 턱살 처지지 않게 하기 위한 마사지라도 하실 거예요. 그렇죠? 고백하세요오, 괜찮아요. 우리 사이에 뭘요."
그러고 보니 내 승모근에게 미안했다. 오늘부터는 잠들기 전 편히 몸 눕혔다 싶으면 승모근에게도 수고했다는 인사를 해야겠다며 다른 내용의 대화 물꼬를 틀려고 틈을 봤다. 그러나 그녀는 기어코 내 고백이 필요하다고 우겼다.
"고마워. 승모근까지 새삼 깨닫게 해 줘서~"
"선생님은 그러니까 목이 제법 파인 티를 입고 사진을 찍으면 참 이쁘겠어요."
"고맙소, 고맙소. 이 나이에 무슨 사진이겠소만 한 번 찍어 올려보기는 하리다. 있는 사진도 죄다 버리고 내 어린 시절의 모습도 몇 있던 것 땅에 묻었는데, 이제라도 사진 한 장 찍어볼까요?"
돌아와 한자를 각별히 소중히 여기고 공부하는 남자가 있어 물었다.
"승모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블라블라블라~, 오늘 있었던 대화 내용을 풀었더니 남자가 뜻밖의 말을 해 왔다. 그는 사실 내가 목 부근이 무겁다고 호소할 때마다 마사지를 하면서 승모근을 떠올렸단다. 어느 날 내 승모근 부근을 마사지하다가 대체 이 여자는 왜 이리도 승모근 위 골이 깊은지 궁금했단다.
'혹 이곳 뼈다귀만 남은 것은 어떤 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리도 맨날 이 부근을 마사지해 주라고 우기겠는가.'
손가락 마디마디 뻐근해지고 뻑뻑해지도록 목 마사지라는 노동을 늘 시키는 이 여자. 이 여자의 승모근이 궁금해서 검색하고 공부했단다.
"아하, 나 결국 거짓말을 했네. 그녀에게 나, 내 승모근을 특별히 간수한 적이 없다고 죽어라고 고집했는데."
"다 내 덕인줄 알아!"
오랜만에 부드러운 맞대응의 응답을 올렸다.
"사실 그 마사지가 내 유려한 선의 승모근을 간직하게 했네요. 최대의 효과를 본 승모근의 간수 방법이었네요. 고마워요."
남자는 다음과 같은 답을 가족 톡방에 해 왔다. 오우, 뜻밖의 배움이 있었다. 승모근이 승모근이라 이름이 붙여진 이유였다. 재미있었다. 그래, 앎은 재미있다. 다만 이것은 이 답을 준 남자의 추측이라는 것. 하나 내 생각도 같다. 틀림없을 것 같다.
중의 모자 - 무료 사진 사이트들이 자꾸 가입 운운하면서 깡을 부려서 그냥 그려 올린다
승모근 (=cucularis, 僧帽筋)
- 등의 한가운데 선(線)에서 시작(始作)된 근육(筋肉)
- 다른 근육(筋肉)과 함께 어깨의 양쪽 뼈를 움직임
- 삼각형(三角形)의 근육(筋肉)
- 어깨 아픈 사람의 어깨를 마사지해 주다가 흔히 만지게 됨
* 승모근은 한자어 '僧帽筋'으로 '승( 僧 )'자가 중(스님) 승이며 '모(帽)는 모자 모 자를 쓴다. 중이 쓰는 모자 같이 완만하게 내려온다고 붙인 이름이지 않을까 싶다.
이때 모자는 '중의 모자'이다. '스님의 모자'는 뭔가 갖춰진 억지 냄새가 난다. 틀을 존중하는 세속의 놀음이 반영되었다는 것이. 중의 모자는 그렇지 않다. 푸담하고 소탈하고 소소해 보인다.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보다 강도 높은 자기 성찰과 자비 베풂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고 생각되는 것이 '중'의 모자이다. 나는 '스님'보다 '중'이 좋다. 왜? 다음에 그 썰을 한껏 풀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에서 일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