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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하 Feb 01. 2024

Essay 4. 알쓸골잡 Swing Plane

뭣이 중헌데?

골프스윙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를 익히고 즐기는 방법은 소위 '니맘대로니까' 독학을 한다고 나무랄 것도 없어. 다행히 골프방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여러 매체의 발달로 정보도 다양하고 잘만 선별하면 쓸만해. 다만 혼자 하든 배우든 자신만의 스윙을 체계화하지 않는다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수백 번 바뀌는 스윙 하나 때문에 필드에 나가 낭만적인 골프를 하기에는 부족할 거야. 뭣이 중하냐고? 바로 자신만의 스윙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어렵지만 세상 이치가 그렇잖아.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


자신의 골프스윙을 체계화하는 많은 내용 중에 -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스윙플레인'을 적으나마 이해하면 소위 '맨땅에 헤딩'을 면할 수 있어. 잘 들어봐.

노란선은 셋업시 볼과 어깨를 연결해 놓은 가상의 라인으로 기준이 되는 스윙플레인이다

스윙플레인? 요구르트야?

스윙플레인은 골프스윙 시 몸통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클럽샤프트의 각도(어려운 말로 점. 선. 면의 기하학적 구성과 그 분석)라고 생각하면 돼. 이것이 왜 중요하냐고? 클럽이 휘둘러지면서 만들어지는 스윙패스, 공격각도, 볼의 방향, 탄도, 비거리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스윙플레인을 만든다는 것은 볼이 잘 맞고 잘 날아가는데 가장 빠르고 적합한 길(path)을 내는 거야. 위 골프용어들의 설명은 의도적으로 생략할 테니 인터넷으로 검색해 줘.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골퍼의 스윙 과정과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트랙맨(USA)' 이라는 대표적인 런치 모니터 시스템이다.

그럼 내게 맞는 스윙플레인은 대체 무엇일까? 먼저 현대골프의 시작과 이를 기반으로 발전(주장) 해 온 스윙이론 내지 트렌드를 간단히 체크할 필요가 있어. 교습가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론과 주장 등을 시대적 배경, 주장한 사람의 상황과 신체조건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열린 마음으로 배우러 오는 골퍼들을 만났으면 해. 교습가 자신이 하는 스윙으로만 짜내는 것보다 골퍼의 몸과 감각과 연습량에 적합한 길을 같이 찾아주면 더 좋겠어.


 벤호건, 벤호건 하던데?

맞아. 골프스윙은 골프장비와 맞물려 오랜 시간 창조와 논란과 정립으로 발전해 왔어. 현대 골프스윙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호건 선수(미국, 1912~1997 메이저 9승, 총 63승)는 은퇴 후 1957년 '다섯 가지 골프레슨(The modern fundamentals of golf)'이라는 골프기술 단행본을 출간했어. 골프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지. 그립, 스탠스와 자세, 스윙의 전반부, 스윙의 후반부, 요약과 복습 등 5가지 주제로 골프기본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거든.


 유리판을 어깨에 걸치고 클럽을 그 유리판 아래로 다니라고 한 스윙플레인 원리가 그 유명하지.

 "At the top of his back swing, his left arm should be extended at the exact same angle (to the ball) as the glass"

벤호건은 유리판같은 흰 선 아래로 클럽이 다녀야 한다고 했다.(벤호건의 스윙플레인 원리)

완만한 스윙(일명 원플레인?)으로 평가받는 벤호건은 1965년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완벽한 골프스윙을 찾아서(Seach for the perfect swing)'라는 주제의 책에서도 과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스윙으로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신의 스윙시스템을 구축한 거야. 주요 원인은 아니지만 170cm 정도의 크지 않은 신장도 플랫 한 스윙(원플레인 백스윙)에 영향이 있었을 거야.


반면, 같은 해 태어나 벤호건 선수와 같이 캐디 일을 하면서 동시대를 풍미하며, 1945년 11연승(한 해 18승)의 185cm 장신 바이런넬슨 선수(미국, 1912~2006)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너무 섭섭할 거야. 이 분은 1924년 스틸샤프트가 출시되었는데, 스틸샤프트에 적합한 '원피스 테이크어웨이'를 만들었거든. 이 때문에 모던스윙의 아버지로도 불리며, 메이저 우승 포함 54승을 하고, 34세에 일찍 은퇴한 필드의 신사야. 참고로 벤호건 선수보다는 백스윙 탑의 손의 위치가 가파른 스윙플레인(일명 투플레인?)을 가지고 있었어.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볼까? 현대 골프스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근대 골프의 선구자로 불리는 패셔니스타 해리바든 선수(영국, 1870~1937)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기존의 스윙을 따르지 않고 오버래핑그립(일명 바든그립)과 가파르고 크로스 되는 스윙(투플레인 스타일)으로, 현대골프의 피니쉬를 만들었으며, 디오픈 최다 우승(6회) 등 미국과 유럽을 제패한 골프스타야. 현재 세계 최고의 투어대회에서 주는 '바든트로피(한 해 평균 최저타수상)'가 그의 업적을 기리며 만든 상이야.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데?

이제 말할 거야. 벤호건의 현대 골프스윙이 자리 잡은 후, 다양한 스윙플레인 이론(주장)들이 만들어졌어. 먼저 그립부터 스윙까지 스윙플레인별로 스윙방법을 나누었던 유명한 짐하디의 원플레인, 투플레인 스윙 구분이 있어. 쉽게 표현하면 뒤에서 보았을 때 백스윙 탑의 어깨라인과 왼팔라인 간의 각도 차이를 두고, 어깨라인과 왼팔라인이 유사하면 '원플레인스윙(flat)' 그렇지 않으면 '투플레인스윙(uplight)'이라고 주장했어. 각각 체형적 특징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셋업시 팔과 샤프트의 각이 다른 이상 플레인은 스윙 중에 위아래로 움직이기 때문에(Plane Shift), 나는 원플레인도 완전한 한 개의 플레인이라고 이름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야. 물론 짐하디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해. 아무튼 원플레인 스윙도 투플레인 스윙처럼 플레인의 이동(plane shift)이 위아래로 발생하기 때문에 임팩트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아. 중요한 것은 스윙플레인을 가파르게 할지, 완만하게 할지를 자신에게 맞게 찾으면 되는 거야.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백스윙시 클럽 샤프트의 각도가 가파르거나 완만함을  볼 수 있다. 체형이나 스윙목적에 따라 스윙플레인이 다를 수 있는데, 볼의 비행에 영향을 크게 미치게 된다.

선수들은 어때?

응. 선수들도 고민이 없지 않아. 예를 들어, 초기 부치하먼에게 배운 타이거우즈는 가파른 투플레인 스윙이었다가, 이후 행크헤이니 코치를 통해 30대 이후 정상의 선수생활을 이유로 완만한 플레인 스타일로 변경하는 등 변화를 가졌지. 이것만 봐도 선수들이 스윙플레인은 선택의 문제이며, 타이밍의 문제 같아. 주의할 것은 아무런 목적이나 이유 없이 변경하면 좋지 않을 거야. 백스윙이 간결해지면서 아무래도 왼팔이 어깨라인과 유사한 스윙플레인을 많이 볼 수 있어.


타이밍 잡기 쉬운 건 없어?

유행을 타지는 못했지만 과학적으로 타이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스윙플레인이 있긴 해. 바로 모노 먼 선수(캐나다, 1929~2004)의 '싱글플레인 스윙'이 진짜 '하나의 플레인'이며, 스윙시 플레인이 위아래로 움직일 필요가 없어서 타이밍 잡는 데는 가장 수월하다고 평가할 수 있어. 이 선수는 5살 때 사고로 얻은 자폐증 때문에 고향 캐나다를 벗어나지 못해 세상에 크게 알려지기엔 한계가 있었지만 캐나다투어에서만 55승을 올릴 정도로 뛰어난 선수야. 역사상 가장 볼을 똑바로 보내서 '파이프라인'이라는 별명이 있으며, 벤호건 선수와 함께 역사상 가장 훌륭한 볼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선수의 공통점이 있는데, 키가 크지 않고(모노먼 168cm, 벤호건 170cm),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 자세로 볼을 쳤다는 거야.

우측 사진처럼 샤프트와 팔을 평행에 가깝게 셋업하면 스윙시 플레인의 이동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신장이 작을수록, 클럽이 길수록 플레인의 이동이 적은 셋업에 가까워질 수 있다.

모노먼 선수의 싱글플레인을 쉽게 설명하면, 셋업 시 샤프트와  두 팔을 1자로 만들어 스윙하기 때문에 진정한 하나의 플레인 스윙에 가까운 거야. 모노먼 선수는 백스윙 시 코킹에 대한 자신만의 중요한 방법으로써, 손이 오른팔꿈치를 넘어가지 않도록 회전을 크게 안 했어. 나도 개인적으로 특정라이에서 가끔 사용하는 셋업인데 타이밍 고민 없이 볼을 치는 데는 효과가 있어. PGAtour 최장타자 브라이언 디셈보 선수의 셋업이 이에 가깝고 LPGA 명예의 전당 세계 1위 박인비 선수도 유사한 면이 있지. 타이거우즈 선수도 자신만의 스윙을 가진 벤호건과 모노먼이 부럽다는 인터뷰를 했을 정도로 가치 있는 스윙플레인이라고 생각해. 음. 신장이 크지 않은 골퍼가 드라이버를 비롯한 긴 클럽을 다룰 때 응용할 가치가 더 있겠어. 타이밍 잡기가 쉬워서 슬라이스가 덜 나는 스윙방법이 되지, 개인적으로 모노먼 선수의 싱글플레인은 셋업구조상 손목과 어깨에 긴장이 올라갈 수 있는데, 긴장이 안 오는 정도까지 응용하거나 필드에서 특정 상황(Lie, 볼이 놓인 상태)에서 활용하면 어떨까! 잔디가 매우 짧아 타이트한 라이나 양발보다 볼이 높은 곳이 볼이 있는 경사에서 사용해 보길 바래.


좀 어려운데! 결론은 뭐지?

좀 그렇지? 그래도 한 가지만 더 얘기해 주고 결론을 말할게. 바로호머켈리의 '더골핑머신(1969)' 이야. 이 책은 골프선수도 아니고, 골프실력도 크게 뛰어나진 않은 항공물리학자 호머 켈리가 물리학을 최초로 골프에 접목해서 썼지만 지금까지 중요한 골프이론으로 존중되고 있지.  스윙을 24개 구성요소로 나누어 다양하게 스윙을 할 수 있다는 환경을 제시하면서, 강제적인 3가지 특징(imperative)과 앞의 강제적인 특징을 도와주는 비강제적인 3가지 특징(essential)을 통해 가장 어려운 단계인 'On plane'을 유지하기 위해서 직선의 플레인 라인을 지키기를 원했지. 어려울 수 있는데 골프를 이제 시작하는 비거너는 일단 그런가 보다 해.


따라서, 어떤 스윙플레인으로 해야 한다 내지 무엇이 옳다 그르다 보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골프를 시작하거나 교정을 해나가라고 말해주고 싶어. 끝없이 변화하는 인체의 특징(가소성)과 자신의 신체적 능력과 연습량 등을 감안하여, 스윙플레인의 선택 내지 응용이 가능한 거지. 근육은 기억이 없고 움직이면서 균형이 훼손되기 때문에 한 번에 만들어지지도 만들었다 해도 항상 유지되지도 않을뿐더러 막상 필드에 나가면 자연의 경사와 긴장 때문에 흐트러지기 일쑤야. 시간이 필요하니까 긴 호흡으로 여유를 가지는 게 좋겠어.

KPGA이종수 투어프로의 균형잡힌 스윙플레인

바이런넬슨, 벤 크렌쇼 같은 레전드의 전설적인 스승 하비 패닉의 교습서 'Little Red Book'(골프의 바이블로 불리며, 89개의 항목으로 나뉘어 골프를 이해시켜 줌)에 쓰여있는 말로, 비기너에겐 너무 어려웠을 스윙플레인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해.


"당신이 내 책을 읽으면 내 제자이고, 당신이 골프를 치면 내 친구다"


나의 '잠 못 드는 골프'를 읽는 사람은 바로 나의 제자이자 친구니까 궁금하면 언제라도 나를 찾아주길 바래. 자! 이제 진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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