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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르셔 꽤 Oct 11. 2020

모르는 게 약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먹게 되나니"


딸아, 넌 왜 웃고 있니?

엄마의 볼록한 배와 둥실둥실한 허리는

음...

말하자면,

면식범의 소행이야.

(어머, 깜짝이야. 아니아니 네 아빠 말고!)



麵食犯.

그러니까 밀가루음식을 먹는 나. 




유홍준 교수님이 그러셨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바로 '아는 맛'이란다.

떡볶이엔 어묵과 대파가 필수고, 튀김이랑 먹으면 더 맛있어.

사랑하면 참맛을 알게 되고, 알면 함께 먹게 되나니.


이 역시 면식범面識犯의 문제

아는 맛에 당하기 마련이지.



그런데 딸아,

엄마가 매일매일 진중해지고('무게'가 있고 점잖다) 있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란다.

말하자면 엄마는 꽤 진실한 중년여성인 셈이지.


아이를 둘 낳았고, 음식은 맛있고, 잠은 달고, 움직이기는 싫고.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살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실루엣이랄까.


나름대로 장점도 있어.

소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으며, 마음이 평화로운 것은 물론이고,

엄마의 후덕함은 동년배에게 패배감이나 위화감을 1도 주지 않지.

그리고 탄수화물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이어지는 법이야.

즉, 나도 좋고, 우리도 좋고, 요식 업계에도 좋은 1석3조의 미덕.




그러니 이제 엄마가 당황하는 이런 순간들을 너도 함께 즐겨주면 돼.

놀리거나 놀라워하지 말고 엄마의 성장을 지켜봐 줘.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새로 산 신발은 어째 좀 유독 작게 나온 것 같아.


이건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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