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심 Mar 25. 2024

한숨을 쉬세요, 바로 지금

우리는 종종 호흡을 잊고 삽니다. 들숨을 쉬었는지, 날숨을 쉬었는지 따위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이지요. 당연합니다. 뇌는 우리가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들숨을 쉬고 날숨을 쉬도록 만들어졌으니까요.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내버려 둡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들숨과 날숨이야 알아서 쉬어지는 것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요. 적어도 최근까지는 그랬습니다. 호흡에 대한 흥미로운 책과 논문을 읽기 전까지 말입니다. 


재미있는 내용이 정말 많았지만, 특히 마음을 끌었던 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제 때 숨을 쉬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시나요? 숨을 쉬기는 쉬는데, '제 때' 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현상을 '수면 무호흡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잠을 자다가 일정 시간 동안 호흡을 멈추는 병이지요. 그와 비슷한 증상이 낮 동안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고,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그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수면 무호흡증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고 합니다. 숨을 들이쉰 상태에서 그대로 멈추고 있다가 살짝 내쉬고 다시 들이쉬는 식이지요. 간단히 말해 날숨을 충분히 깊게 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호흡 패턴이 어떤 문제가 될까요? 한 번 상상해 봅시다. 들숨을 쉬고 멈춘 상태를 말입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일 것 같으신가요? 그렇습니다. 살짝 긴장한 상태겠지요. 상상이 되지 않으면 지금 바로 숨을 들이쉬고 멈춰 보십시오. 어깨와 목 근육을 포함한 몸의 여러 부위의 감각을 느껴보는 겁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날숨을 쉬어 보십시오. 깊게 내 쉬는 겁니다. 이때에도 마찬가지로 어깨와 목을 포함한 몸의 근육을 관찰해 보십시오. 어떤까요? 근육이 긴장이 풀리면서 편안해지는 느낌이 드시나요?


날숨은 이산화탄소를 적절히 배출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소중한 날숨을 충분히 챙겨 쉬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한 번 관찰해 보십시오. 하루를 보내면서 퍼뜩 생각이 나면, 내가 숨을 들이쉬고 그대로 멈추고 있지는 않으지, 날숨을 충분히 챙겨 쉬었는지 확인해 보는 겁니다. 저는 확인을 해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숨을 들이쉬고 긴장한 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꽤 길었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때부터 '날숨 챙겨쉬기'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또 숨을 충분히 내쉬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가볍게 알아차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는 것이지요. 목과 어깨에 힘을 빼면서 길게 숨을 내뱉는 겁니다. 


누군가가 옆에서 보면 '한숨' 같아 보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한숨이 맞습니다. 한숨을 쉬는 겁니다. 주기적으로, 알차게 한숨을 쉬는 것이지요. 거부감이 드시나요? 주변사람들 눈치가 보이시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한숨은 보통 불만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인식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숨은 생물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활동이며, 주기적으로 수행해야 건강에 이롭다고 합니다.  


호흡과 같이 리드미컬한 주기를 갖는 활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훌륭한 연구자가 있습니다. 미국 윌리엄 앤 메리 대학교의 델 네그로(Del Negro) 교수입니다.  



크리스토퍼 델 네그로 교수


그에 따르면, 인간은 대략 5분에 한 번씩 한숨을 쉰다고 합니다. 그래야 폐의 기능이 원활해진다고 하네요. 실제로 아이들을 보면 일정한 주기로 한숨을 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강아지들도 한숨을 쉽니다. 물론 주인의 재롱이 한심해 보일때나, 산책 가는 줄 알았다가 아닌 것을 깨달았을 때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자신의 각성이나 흥분을 조절하고 폐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한숨을 쉬는 것입니다. 


한숨은 좋은 것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는 중요한 활동인 것이지요. 그러니 여러분도 마음껏 한숨을 쉬기 바랍니다. 주변 사람이 신경쓰인다면, 코로 조용히, 깊게, 천천히 한숨을 쉬는 겁니다. 저는 회의 시간에 종종 그렇게 합니다. 다른 발표자나 구성원의 말을 들으면서 숨을 멈춘 채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조용히 코로 날숨을 쉬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목과 어깨에 힘을 빼 봅니다. 


저는 이렇게 날숨을 챙겨 쉰 뒤로 피로도가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주기적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몸의 기체 교환이 원활해 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어떤 이유에서든 저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한숨을 쉬세요, 바로 지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