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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Aug 26. 2017

추억을 지켜줄 수 있는 곳,
전주로

부자여행 : 전주편 #05

신기하게도, "떠나자"라는 용기가 생기자 계획은 자연스럽게 세울 수 있었다. 


여행을 떠올렸을 때부터 난 벌써 '여행자'가 되었다. 어디로 떠날까는 여행자에게 가장 무거운 주제이면서 가장 행복한 고민일 것이다. 아들과 함께 떠나는 그곳, 그곳은 어디여야 할까? 이왕이면 녀석과 내가 관계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우리 둘이, 우리 둘이서만 추억할 수 있는 그 곳, 먼 훗날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도 지금 그대로 있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둘이 사진 찍었던 곳에서 다시 똑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먹었던 음식도 또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상 뭐든 것이 변하지 않는 게 없겠지만 변하는 속도가 가장 느린 곳이 있다면 그곳에 가고 싶었다. 그래야만 먼 훗날 지금 만드는 우리의 추억을 떠올리면 시간을 달리하는 우리가 각자 다시 그곳을 찾아도 추억에 잠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니까 전혀 다른 여행지가 눈에 들어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곳,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변하지 않은 곳, 지금까지도 옛 정취를 고이 간직한 그곳. 그런 곳이 있었다. 한옥마을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와 역사의 도시, 전주였다. 십여 년 전 답사를 하면서 가본 적이 있는 지역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은 원래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적인 한옥마을은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제의 식민화과정에 대항하면서 형성된 현대적 한옥마을에 가깝다. 전주 읍내를 둘러싸고 있던 네 개의 성문이 식민지 직후 세 개가 철거되면서 읍 외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성내로 본격적으로 이주하였다. 일본인의 성내 거주에 불만을 가졌던 양반 중심의 조선인들이 마지막 남아있는 풍남문 주변과 교동일대에 우리의 전통적인 가옥풍인 한옥을 짓고 살기 시작한데서 전주 한옥마을은 유래한다. 1911년부터 조성된 한옥은 100년도 훨씬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500채가 넘게 지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인근에는 경기전과 풍남문, 오목대, 전주향교, 전동성당 등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건축물들이 즐비해 국내 여행객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에게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주하면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먹거리들이 풍성하기로 유명하다. 1박 2일의 짧은 기간의 도보여행자인 우리들에게 딱 안성맞춤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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