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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Aug 29. 2017

전주, 우리를 맞이해 준 생경함

부자여행 : 전주편 #08

기차는 무려 세 시간을 넘게 달린 후에야 우리를 전주역에 내려주었다. 


12월 30일 오후. 올 해를 단 이틀 남겨둔 이날 전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새삼 전주가 유명 관광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을 따라 역 밖으로 나왔다. 전주역은 한옥풍으로 곱게 지어졌는데 경주역과 비슷했다. 역사와 전통의 도시라는 인상이 진우에게도 새겨졌으리라.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진우에게 역에 가면 가장 먼저 할 일을 알려주었다. 관광안내소를 찾아 관광안내도를 받아 오는 것. 사전에 충분히 여행 준비를 해왔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 얻는 정보들이 더 새롭고 정확한 것이 많다. 그리고 준비는 내가 한 것이지 진우가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전주에 대해 잘 모르는 진우에게 전주의 이모저모에 대해 스스로 알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우리가 여행할 지역의 안내도를 직접 받아오게 한 것이다. 관광안내소에는 진우 혼자 들어갔다. 1분도 안걸려 나온 진우 손에는 안내도가 들려 있었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게스트하우스였다. 한옥마을에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한옥마을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전주역 앞 버스정류장에는 많은 버스들이 한옥마을을 향했다. 이내 우리가 탈 버스가 도착했고 우리와 함께 기차를 탔을 법한 사람들도 같은 버스에 올랐다. 그렇게 20여 분을 달려 우리는 풍남문 옆 남부시장에 내렸다. 같은 우리나라 땅이지만 버스에서 내다 본 전주 시내 풍경은 아주 조금 생경했다. 사람들의 모습은 같은 듯 달랐고 시내 풍경도 파주와 다른 듯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옷차림이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 일년 중 가장 추운 날인데도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 보였다. 혹한의 땅 파주에 비하면 놀라운 사실이다. 진우와 내가 입고 온 두꺼운 외투가 우리가 이방인임을 알렸다. 옷차림도 그렇지만 전주라는 도시는 우리가 사는 파주와 많은 부분 달랐다. 신도시 파주와 전통의 고장 전주가 그 차이를 가장 잘 선명하게 대비시켜 줄 것이다. 이런 차이점이 우리를 여행자로 느끼기에 충분케 해주었다. 어쨌든 여행에 왔다는 느낌이 물씬 들어 기분이 좋았다. 아마 진우가 나보다 모든 것에 대해 새롭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여행은 다름과 차이가 무엇인지 배우는 곳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내가 느끼는 것을 진우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의욕이 앞섰다. 하지만 그럴 리는 절대 없다.


풍남문 주변은 남부시장과 가까운 탓인지 사람들도 많았고 차들도 많았다.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발랄한 생기를 감돌게 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여행 기분을 한껏 내고 있는 나와 달리 진우는 편의점 앞 장난감뽑는 기계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초딩 아들과 내가 보는 세상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이번 여행이 서로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지 대충 예견되는 한장면이었다. 전동성당 옆 대로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짤막한 골목으로 들어가 게스트하우스의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우리를 맞이해 주지 않았다. 썰렁한 게스트하우스 1층은 미술공방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게스트하우스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아마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진우는 각종 미술도구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만질 듯 말 듯 자제했다. 몇 번의 외침이 공방 너머까지 전달됐는지 나이 지긋하신 아저씨 한분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전화로 예약한 이름을 확인하고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방이 모두 네 개였고 가운데 거실이 배치되어 있는 일반 주택이었다. 방은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각각 나눠져 있지만 거실은 공용이었다. 거실 옆 작은 주방에서는 조식을 차려먹을 수 있는 각종 기구들이 놓여있었다. 게스트하우스 호스트분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우리는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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