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보영 Sep 02. 2017

전주콩나물국밥, 한 그릇 뚝딱!

부자여행 : 전주편 #12

시간은 벌써 여덟 시를 넘기고 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저녁 먹을 시간을 지나쳐 버렸지만 아까 먹은 길거리음식들이 아직 소화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저녁 먹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왔으니 콩나물국밥 한 그릇은 먹고 가야 하지 않겠나 싶어 남부시장 안에 있는 식당가를 찾았다. 그런데 시간이 시간인 탓에 몇몇 식당들은 문을 닫았고 남아있는 식당들도 장사를 접으려는 분위기였다. 내가 찾던 국밥집도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골목의 국밥집에 들어갔다. 테이블이 고작 네 개에 불과한 아주 작은 식당이었다. 물론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주인아주머니도 뉴스를 보고 계셨다. 우리의 인기척에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진우와 나 두 명이지만 배도 안고프고 진우가 한 그릇 다 먹지 못할 듯하여 콩나물국밥 하나만 주문했다. 그러자 진우가 왜 하나만 시키냐고 아까의 짜증을 이어갔다. 우린 아직 배가 부르니 한 그릇만 시켜서 나눠 먹는게 좋겠다고 설득했지만 진우는 듣지 않았다. 자신도 충분히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노라는 것이었다. 나도 아까의 짜증에서 다 벗어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기가 생겼다. 


“그래 두 그릇 시킬게. 그 대신 다 먹어야 되!”


유치한 으름장을 놓으면서 아까의 주문을 정정했다. 콩나물국밥 두 그릇하고 모주 한잔.


손님이 없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국밥은 한참이 지나서야 나왔다. 허기가 느껴지지 않던 배가 국밥 들어갈 자리를 마련했는지 금새 약간의 공허감이 느껴졌다. 먼저 모주 한잔 들이켰다. 알콜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모주는 그저 약재 달인 물 같았다. 진하긴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술은 아니어서 물 대신 마셨다. 


하지만 국밥은 달랐다. 서울에서나 파주에서 먹던 맛은 아니었다. 국물은 시원했고 콩나물은 아삭했다. 같이 딸려나온 수란도 일품이었다. 진우는 스텐레스 밥그릇에 담긴 수란을 처음 봤다. 조그만 노른자를 가진 계란 두 개가 한 사람에 하나씩 놓여졌다. 끓는 물에 중탕해서 만드는 수란은 흰자는 거의 익은 상태였고 노른자는 거의 익지 않은 상태였다. 먹는 방법이야 자기 마음이지만 보통 계란을 국밥에 넣어 같이 먹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진우에게 수란 먹는 법을 알려주고 본격적으로 국밥을 먹었다. 


분명히 절대로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우리 둘은 정말 맛있게 국밥을 먹었다. 그리고 우리 둘다 국밥을 깔끔하게 모두 비웠다. 거의 마지막에는 진우가 국물까지 마시려 할 때 말리기까지 했다. 너 그러다가 배터진다 겁도 주고, 그만 먹으라고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진우는 국물마저 다 마셔버렸다. 주인아주머니가 초등학생용 국밥을 따로 떠줄 리 만무했는데 어른 한 사람이 먹을 양을 진우 혼자 다 먹은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너 먹는 거 하나는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었다. 그러면서 아까의 짜증도 모두 다 풀려 버린 듯 웃으면서 우리는 국밥에 대해 총평하며 숙소로 들어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중 갈등, 티격태격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