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보영 Sep 21. 2017

춘천여행 중 만난 헌책방, 대풍이네

부자여행 : 춘천편 #07

조금만 가면 헌책방 나올거야. 


진우를 안심시키고 걷기 시작한지 30분이 지나서야 헌책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우는 묵묵히 잘도 걸었다. 헌책방은 한림대 앞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한림대는 처음 와봤다. 대학가 앞 치고는 소박한 주택가였다. 요즘은 대학가에 한 개씩 있던 서점들이 대부분 사라져 버린 시절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이곳 한림대 앞에는 대풍이네라는 헌책방이 작은 규모였지만 카페랑 겸해 북카페로 운영되어 책도 읽을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


카페엔 아무도 없었다. 진우랑 나는 카페 한 켠에 짐을 풀고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을 살폈다. 어떤 책들이 주로 있는지 읽을만한 책들이 있는지 책이 꽂혀있는 서가를 따라 가다 카페 안쪽으로 이어진 곳으로 따라 들어갔다. 좁은 공간에 세 면이 모두 서가로 이뤄져 있고 가운데에는 앉은뱅이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그 테이블에는 한 사람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내가 즐겨보는 역사코너가 있어 양해를 구하고 올라섰다. 한참을 책을 보다 적당한 책이 없어 나오려는데 테이블에 앉아 책을 보던 여자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찾으시는 책이라도 있으세요?”

“아뇨. 그냥 여행 중에 읽을만한 책이 있나 해서요. 역사책 중에요”

“역사를 좋아하시나 봐요.”

“네. 좋아하죠”


이렇게 시작한 우리의 대화는 사라져가는 헌책방과 인문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주제로 옮아갔다가 요즘 대학생들의 실태에 대한 이야기로 번져갔다. 내게 말을 걸었던 분은 춘천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문화예술활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미대 학생들과 지역관련 예술활동을 주도하고 몇 번의 전시회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예술을 친숙하게 알리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카페 벽에 붙어있는 작품들이 모두 미대생들의 작품이었고 실제로 판매도 하는 작품이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진우가 보이지 않았다. 재미있는 주제와 활동에 빠져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진우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카페를 주욱 둘러보니 책이 세워져 있고 머리를 숙여 책을 읽고 있는 진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책에 가려 진우 얼굴이 보이지 않아 깜짝 놀랐다. 아빠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심심했던 진우는 헌책방에서 책을 꺼내 읽고 있었다. 진우가 앉아있는 테이블 옆 다른 테이블에 앉아 나도 책을 펴들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카페엔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각자 테이블 하나 꿰차고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진우는 스무디, 나는 녹차 한잔을 시켜놓고 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여유를 한껏 누렸다. 그러는 사이 해는 서산 너머로 지고 있는지 카페 창으로 햇볕이 길게 누우면서 들어왔다.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뜻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춘천, 도서관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