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7일 오후 3시 24분 현재
12:32
홈플러스에 왔다. 딱히 살게 있어서는 아니었다. 점심 때가 되기도 했고 슬슬 한번 일어설 때가 된 것같아. 의자를 박차고 나왔다.
오후 햇살은 따뜻했다. 얇은 패딩이라 춥지 않을까 잠시 생각했었는데 다행이다. 마흔 셋을 한 달
하고도 사나흘 남겨 둔 지금이지만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다.
홈플러스엔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복합몰 중에 자리잡은 책방에 들러 이러저러한 신간들을 뒤적거리다 나온 길이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을 시작하기로 했다.
생중계, 40대
오늘부터 난 나를 중계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의 40대 가장이 살아가는 현실이라던가.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려는 건 아니다. 그저 지금의 나를 기록하고 그 기록을 하루하루 쌓다가 뒤돌아보면 그 기록이 도리어 내가 누구였는지 알려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하루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실시간 기록이다. 틈이나면 기록할 것이기 때문에 일관적이지도 계획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나를 기록하고 싶을 때 기록해 들 것이다.
15:24 (추가)
홈플러스에서 파는 2천원짜리 핫도그와 머신으로 내린 아메리카노 한잔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어제 잠을 한 시간밖에 자지 못해서인지 밥맛이 없어 굶을까 했었는데 아내가 마트에 간김에 내 생각이 나서 사왔단다. 둘째아이가 하교를 한지라 아이와 잠시 놀고 큰아이의 하교를 기다렸다가 얼굴을 보고 짐을 싸 밖으로 나왔다.
이곳은 가끔 찾는 카페다.
원래 돈 쓰는 거에 익숙하지 못해 밖에 나서면 물 한 통 사먹지 못한 성격이었는데 아주 최근에는 나를 위해 약간의 소비를 시작했다. 버는 거에 비하면 이것 역시 사치라 조심스럽다.
카페 안은 분주했다. 둘 혹은 셋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시끌시끌 자신만의 이야기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난 이왕 비싼돈 주고 자리를 빌렸으니 공부에 좀 집중하려고 했으나 20분을 넘기지 못하는 저질집중력이 나를 이곳 방송국(그래, 생중계를 하는 곳이니 방송국이 맞겠다. 이곳 브런치를 방송국이라고 해야겠다)으로 이끌었다. 역시 공부는 나랑 먼 것인가?
난 뭐하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