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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Nov 28. 2017

생중계. 40대

새벽 4시에 태어납니다

04:12


어제 일찍 잤는데도 새벽 시간엔 일어나기 힘들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늦잠을 자고 싶은데 늦잠을 자면 좀 불안하다. 학창시절엔 대낮까지 자고 일어나도 대수롭지 않았는데 말이다. 불안의 근원은 뭘까? 무엇이 잠 좀 더 자는것까지 불안하게 만든걸까?


07:39


화요일, 내 일주일 중 유일하게 공식일정이 있는 날이다. 현재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이기도 하지만 이것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다.

3학점 두 개 강좌. 이것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한 시간동안 차를 달려 이곳 여기에 와있다. 강의까지는 두 시간 가까이 남았고 이번 학기 공강시간에 둥지를 튼 도서관에서 지금의 나를 기록하고 있다. 난방을 안하는지 춥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의 온기조차 없어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12:56


강의 중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반가운 이름이었지만 수업 중에는 전화를 받지 못하니 그냥 지나치고 수업을 계속했다. 오늘 수업은 역사주제를 선정해 패널을 나누어 발표와 그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인데 학생들의 신선하고 재미있는 그리고 의미있는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서 이런 류의 수업을 좋아한다. 물론 대개의 내용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자기 생각인양 떠드는 것이지만 그래도 꼭 처음듣는 사람처럼 반응해주고 그 의견에 칭찬해 주면 학생들은 좋아해준다. 그렇게 내가 반응해주면 그 학생은 자신이 준비하고 발표했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시간이 지나도 기억해낸다. 혼자서 내버려두면 어려운 공부도 이렇게 합을 맞추면 쉽고 재밌게 되는 것같아 내가 주로 써먹는 교수법이다. 그렇다고 모든 수업을 이런 식으로 진행할 수 없고 시간의 제약도 많아서 늘 아쉬운 수업이다. 토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전화가 온 것이다. 재미있는 토론수업 덕분에 평소보다 늦게 수업이 끝났다.

수업이 끝나고 여운이 남은 학생들과 여남은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통화연결음이 멈추면서 반가운 목소리가 내 귀에 퍼졌다. 반가운 목소리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고 '그날' 만나자며 전화를 끝었다.

지금은 건너뛴 아침식사를 점심식사로 더블플레이를 마치고 도서관에 왔다. '그날'에 대해 가장 먼저 아내와 엄마에게 알려줬다. 모두들 축하한다는 반응이었다. 엄마가 내게 축하한다고 했을 땐, 

"아냐. 엄마가 나 이렇게 낳아줬으니까 엄마가 축하받아야지~"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번주 가족모임에서 아빠랑 형제들 식구들 모두 만나게 될테니 그 때가서 다시 '그날'에 대해 공지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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