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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Jan 03. 2018

춘천 풍물시장, 가는 날이 장날

부자여행:춘천편#13

문학촌에서 한껏 여유와 햇살을 즐긴 우리는 다시 전철을 타고 남춘천역으로 향했다. 2일과 7일마다 5일장이 열리는 풍물시장에 가기 위함이었다. 춘천에 낭만시장이 있다면 남춘천에는 풍물시장이 있다. 춘천은 춘천역보다 남춘천역 인근이 주택과 아파트도 많아 더욱 번화하다. 그래서인지 춘천의 낭만시장보다 남춘천의 풍물시장이 더 볼 게 많고 사람도 많고 재미있다고들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시장구경을 나섰다.


남춘천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5백 미터 정도 걷다보니 철길 아래 즐비하게 늘어선 시장상점이 눈에 들어왔다. 장날 모습답게 입구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진우 손을 꼭 잡고 사람들의 이동경로를 따라 시장안으로 들어갔다. 두 개의 통로가 있고 왼쪽, 가운데, 오른쪽으로 노점상들이 각가지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장 구경에서 단연 즐거운 것 중 하나가 먹거리. 진우는 게스트하우스 조식이 벌써 소화가 다 된 건지 먹을 거 사달라고 졸랐다. 시장통 한 편에 자리잡은 먹자골목에서 우리는 어묵 한꼬치식 먹고 국물로 입맛을 다셨다. 시장 곳곳의 식자재 코너에서는 여러가지 음식의 시식을 권했고 진우는 한 집 한 집 꼼꼼하게 맛을 보았다. 그렇게 먹으면서 구경했는데도 진우는 시장 골목 가장 큰 식당이 등장하자 점심 먹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묻는다.


5일장 마다 따라다니는 장터국밥집이 풍물시장 가운데쯤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장보러 나온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좋았다. 시간은 아직 12시가 되지 않았지만 두어 시간 뒤면 기차를 타야하는 우리였기에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합의했다. 붐비는 임시천막의 식당은 벌써 만석이었다.

자리는 금방 났다. 음식을 나르는 분이 행주로 슥슥 우리가 앉은 자리를 닦으며 주문을 권했다.


“뭐가 있어요?”

“장터국밥, 순대국밥, 선지국밥, 콩나물국밥이요”

“장터국밥 주세요” 


장터에 왔으니 장터국밥을 시켰다. 주문과 동시에 서빙된 국밥은 그야말로 장터에서 먹을 법한 국밥이었다. 순대, 선지, 콩나물이 모두 들어있는 국밥이었다. 밥은 국밥 안에 들어있었고 김치가 반찬으로 나왔다. 진우와 나는 슥슥 국밥의 밥과 국물을 잘 섞은 다음 맛을 보았다. 캬. 이맛이야. 맛있지? 몇 번이고 진우에게 맛있냐고 물었고 진우는 그 때마다 맛있다고 대답했다. 누굴 닮았는지 참 잘 먹는다. 여행은 걷는 것이기도 하지만 먹는 것이기도 하다. 알 수 없는 의미이긴 하지만 느껴진다. 여행의 참맛과 멋이 무엇인지 말이다. 


국밥을 국물하나 남김없이 싹 비운 우리는 다시 시장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 중에서도 진우 눈을 사로잡은 것은 장날의 장터와 전혀 상관없는 뽑기기계였지만 시끌벅쩍 사람들의 왁자함이 기분마저 들뜨게 했다. 한참을 시장구경에 빠져있는데 진우가 화장실을 호소했다. 역시 지난번 전주여행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주위에 화장실을 찾았는데 마침 대형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진우 손을 잡고 마트 화장실로 향했다. 깨끗한 화장실에 속도 편해진 진우는 기분이 더 좋아져 장난감 하나만 사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전국 어디를 가나 똑같이 생긴 마트에 편안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정형화되고 특색없는 마트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그것보다 마트의 상술이 싫었다. 회사를 퇴직하고 나서 가정경제의 지출규모와 방식을 고민한 끝에 아내와 나는 마트출입을 줄이기로 했다. 조금 비싸더라도 집 앞의 수퍼를 이용하자고 했다. 수퍼는 주로 인근 지역의 농산물을 판매해 신선했다. 특히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건처럼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대량구매하지 않아서 좋다. 매일 수퍼에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필요한 물건만 사서 먹을 수 있는 수퍼의 장점이 의외로 많았다.


진우는 마트에 와서 실컷 장난감 구경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슬슬 다시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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