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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Jan 04. 2018

또다시 2층 기차 그리고 일상으로

부자여행:춘천편#마지막

점심도 든든하게 해결했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그리고 짧지만 즐거웠던 여행이 끝나간다. 아쉽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이 어중했던 우리는 남춘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춘천역으로 향했다. itx-청춘은 남춘천역에서 서지만 우리는 마지막으로 경춘선 전철을 타고 춘천역에 내려 춘천역에서 출발하는 itx-청춘열차를 타기로 했다.


햇살 따뜻한 춘천역의 오후는 시원하면서도 포근했다. 봄이 몰려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의 최북단에 있는 전철역 중 하나인 춘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오고 있었다. 진우와 나는 이 기차를 타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진우는 집으로 돌아가면 곧 2학년이 될 것이고 나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상에 임할 것이다. 진우와 함께 했던 두 번의 여행에서 우리는 남자와 남자라는 끈끈함을 느꼈고 여행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우리와 같은 여행자들과 교감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2층 기차를 탔다. 물론 예약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층 기차의 객차가 다른 좌석보다 먼저 매진되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사람들로 가득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기차 안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몰골은 다소 피곤해 보이기도 했고 즐거워 보이기도 했다. 하룻밤, 춘천 인근 어딘가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그들이지만 그들이 만든 지난 밤의 추억은 즐거웠고 따뜻했고 애틋하면서 감미로웠을 것이다. 나와 진우가 만든 추억이 그러했다.


돌아가는 기차에서 선배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중간에 기차를 내려 상가에 들렀다. 그러는 바람에 우리 여행의 끝이 이상하게 꼬여버렸다. 상가에서 시간을 보낸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차에서는 절대 잠을 자지 않는 진우가 이 날은 피곤했는지 타자마자 골아떨어졌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진우가 이번 여행을 힘들고 재미없게 기억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다음날 아침 아내가 진우에게 여행에 대해 어땠냐고 묻는 것을 들었다. 진우는 좋았다고, 재밌었다고, 또 가고 싶다고 대답해 주었다. 1박 2일, 대략 서른 시간의 여행에서 나는 아빠로서 챙길 것도 많고 일정이며, 밥 먹는 것이며, 화장실 가는 것이며, 거의 모든 것들이 신경 쓰여 힘들기도 했지만 진우의 저 대답으로 모든 힘든 것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진우는 또 새로운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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