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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Jan 05. 2018

아빠! 여행가요!

부자여행:인천편#01

온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는 언제나 흥미롭다. 아내가 무얼 만들었을까? 진우는 얼마나 잘 먹을까? 연우는 오늘 얼마나 오랫동안 저녁식사를 즐길까? 나 없는 사이 오늘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은 마음이 먼저 집으로 향한다. 아내가 차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면 저녁식사는 언제나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족은 늘 같이 있어도 좋고, 낮동안 떨어져 있다가 만나는 것도 좋다.


봄빛이 포근해진 5월 초 어느날, 저녁을 먹는데 진우가 뜬금없이 여행이야기를 꺼냈다. “아빠! 우리 여행가요! 바다보러 가기로 했잖아요!” 갑작스런 진우의 여행이야기로 오늘 저녁 식사 시간은 새로웠다. 2월 말 춘천을 다녀온 뒤로 석 달이 지나긴 했지만 지난 4월에 가족여행을 다녀온 지 한달도 안됐기 때문이다. 가족여행은 결혼 10년을 맞이해 일본으로 다녀온 터였다. 학기 중이어서 진우는 학교에 현장학습원을 제출하고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학교 수업에 빠지는 것도 조금 염려가 됐지만 그것보다도 친구들 떨어져 있어서 돌아온 후 함께 어울리지 못할까 조금 걱정되었다. 다행히 일본에 다녀온 후 진우는 그 전과 별반 다르지 않게 친구들과 잘 지냈고 방과후도 열심히 참여했다. 오히려 여행이야기를 하느라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대화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눈치였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특별함의 매력에 빠졌는지 진우는 또다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난 2월에 춘천여행 전에 엄마가 보고 싶을까봐 여행가기 싫다는 녀석은 어디갔나 싶었다.


진우는 그동안 바다에 가서 놀았던 적이 거의 없다. 있다면 7살 때 엄마 친구네 가족과 대천해수욕장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게 다였다. 지난 춘천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진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음에 여행을 가게되면 그때는 꼭 바다에 가보자. 진우는 바다에 많이 못가봤지 그지?” 춘천여행의 여운을 다음여행으로 남겨두려고 했던 말이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이래저래 바쁜 일들이 이어지는 바람에 진우에게 한 약속을 잊고 있었는데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진우가 여행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아들과 단둘이 떠난 두 번의 여행에서 나는 참으로 묘한 즐거움을 느꼈다. 나를 닮은 생김새와 나를 닮은 성격 그리고 나와 비슷한 호기심을 가진 나와 아주 비슷한 존재가 주는 편안함과 안도감 같은 게 좋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진우가 나한테 많이 의지했겠지만 나 또한 진우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컸다. 혼자라면 다니지 않았을 곳도 진우가 있기에 가보고 진우가 없었다면 현지 사람들에게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래서 평범한 여행에서는 느끼지 못했을 내 이면에 존재하는 또다른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에게 추억을 선물해 주려고 떠난 여행에서 도리어 나는 큰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진우가 여행을 가자고 한 말을 예사롭게 들을 수 없었다. 아주 잠깐동안 고민한 끝에 난 진우에게 그러자고 했고 그것만으로도 진우는 행복해 했다.


두 번의 여행을 통해 생긴 노하우로 다음 여행의 장소를 골랐다. 파주에서 가까운 바다여야 할 것 그리고 재미가 있는 곳 마지막으로 큰 돈이 들지 않은 곳으로 물색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인천이었다.


우선 인천은 거리상으로 보면 파주에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바다다. 얼핏보면 강화도가 더 가까워 보이긴 하지만 파주도 그렇고 강화도도 그렇고 모두 교통 취약 지역이라 그 둘을 연결해주는 편리한 교통수단이 없어 가깝고도 먼 곳이 되었다. 둘 째로 인천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것들이 가장 많이 생긴 곳이다. 지리적인 특수성 때문에 인천은 개항 당시 개항장으로 지정되었고 그 때문에 서양의 문물이 대거 유입되는 통로가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즐겨먹는 짜장면이 가장 먼저 생긴 곳이기도 하고 철도가 가장 먼저 놓여진 곳이기도 하다. 셋 째로 기차나 시외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광역버스나 지하철만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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