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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Jan 06. 2018

최초의 짜장면

부자여행:인천편#02

오늘은 아침을 먹고 조금 이른 시간인 8시 45분쯤에 집을 나섰다. 가까울 줄 알았던 인천은 생각보다 멀었다. 파주에서 부평으로 버스로 이동하고 부평에서 인천까지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지만 시간은 만만치 않았다. 거리가 멀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이유도 있었지만 아침 일찍 서두른 이유는 점심 약속 때문이었다.


진우와 내가 인천 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 지도교수님과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눴다. 화제가 여행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아들과 함께 인천에 가기로 했다고 하자 반색을 하시며 같은 날 선생님께서도 인천박물관에 강연이 있어 갈 예정이라고 하셨다. 마침 선생님도 인천에 가는 김에 가족과 함께 박물관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갈 거라며 간 김에 같이 점심을 먹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지도교수는 내 결혼식에 주례를 맡아주신 분이다. 선생님의 덕담 가득한 주례 덕분인지 우리 가족은 아들을 둘이나 낳고 부족함없이 살고 있는지라 이 기회에 초등학생이 된 큰 아들 녀석도 뵈 드리고자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


선생님은 나보고 진우가 먹고 싶은 것 중에 골라 점심식사를 하자고 하셨고 나는 진우가 가장 좋아하는 짜장면을 메뉴로 골랐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가장 좋아하는 외식 메뉴는 단연 짜장면일 것이다. 먹기 편하고 쫄깃쫄깃한 면발에 달달하고 고소한 춘장소스를 부어 비벼먹는 짜장면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짬뽕과 함께 대표적인 중국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짜장면은 원래 중국음식이 아닌 한국음식이다. 짬뽕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중국인에 의해 일본에서 현지화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짬뽕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짜장면은 중국 산둥지방에서 즐겨먹는 작장면이 우리 식으로 맛과 이름이 변한 것으로 19세기 말 중국 산둥 지방 인부들이 인천으로 건너와 고된 노동을 하면서 간단하게 춘장을 볶아 면에 부어 먹던 것을 한국인이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든 것이다. 결국 짜장면과 짬뽕 모두 전통적인 중국음식은 아닌 것이다. 짜장면은 주재료의 산지나 만드는 방식이 중국식이기도 하고 개항 당시 인천의 차이나타운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유행했기 때문에 우리는 짜장면이 중국음식으로 알게 된 것이다.


인천을 방문한 여행자가 먹어 볼만한 중국집은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중국집일 것이다. 지금이야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그저 흔한 관광지가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진우에게 짜장면의 역사와 짜장면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을 직접 체험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곳이다. 그곳에서 점심 때쯤 약속을 잡았기 때문에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집을 나선 것이다. 아내가 집에서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었다. 우리는 부평을 향하는 3000번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기차로 건너는 한강과는 다른 풍경에 느낌이 달랐다. 버스 가장 뒷자리를 좋아하는 진우는 그곳에서 편하게 앉아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이번 여행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 아닌 기대에 가득찬 듯 나를 잠깐 동안이나마 빤히 쳐다 보았다.


버스는 알 수 없는 곳을 이러저리 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다. 부평역에 내려 우리는 전철로 갈아탔다. 전철 안은 한산했다. 전철이 인천에 거의 다다를 무렵이 되자 바깥 풍경이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야에 아파트가 사라졌고 고층빌딩 숲이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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