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 진우가 태어나기 즈음이었으니 블로그를 시작한지도 벌써 10년 정도가 되었네요.
10년이라.
참 긴 세월이기도 합니다.
없던 아이가 둘 씩이나 생겨서 벌써 우리를 초등학교 학부모로 바꿔 놓았으니
강산이 변하는 일보다 더 큰 일이 있었던 세월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 재미를 붙였던 게 블로그였습니다.
커가는 아이 사진을 앨범처럼 정리해두고 싶은 작은 실천이 10년의 블로그 생활을 이어주었네요.
그러고보니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동안 참 많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소소하게는 제가 찍은 사진이 블로그 운영사이트 대문 사진으로 걸리기도 했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며 포토제닉 같은 상도 몇 번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백화점 상품권도 두둑하게 받은 기억이 있네요.
또 한번은 제가 만든 비닐풀장이 다음포탈 메인에 뜨는 바람에 때아닌 방문객 폭탄을 받은 적도 있네요.
게다가 우리 사는 모습이 신기하다며 모 잡지사에 우리를 취재해 가는 바람에 대중잡지에 우리 사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스브스 방송국에서 출연 제의까지 받았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제가 블로그에 썼던 ‘자발적 가난’이었습니다.
적게 벌어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제 바람과 생활신조에 관심을 보인 제작진이 연락을 주셨더군요.
참 재미있는 일은
제가 그 글을 쓴 이후 많은 분들이 그 검색어로 제 블로그에 오신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목적으로, 또 어떤 생각으로 그 검색어를 입력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경제적인 그것보다는, 자유로운 그러면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더 많이 벌어서 여유있게 살고 싶다”고 말입니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인거 같지만
제가 생각하는 ‘자발적 가난’의 삶에서는 모순됩니다.
많이 벌면 더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여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찌보면 사람들은 여유를 시간에서 찾고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여유는 시간이 주는 여유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여유있어 보이는 삶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그 시간말입니다.
어쩌다 몸에 상처가 나면 그 상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치유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상처를 낫게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더욱 그러합니다.
사랑을 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과 마음에 난 상처는 어쩔 수 없습니다.
남들보다 여유있게 보이는 삶이 정말 여유있는 삶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것보다 진짜 여유를 찾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 제 생각과 삶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싶다는 방송국의 제의에 감사함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