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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Jan 08. 2018

근대역사 테마박물관 in 인천

부자여행:인천편#04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가 여행을 온 오늘이 올 여름 중에서 가장 더운 날이면서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이다. 한참을 걸은 진우와 난 처음으로 카페에 들어갔다. 동화마을의 아주 조그마한 카페였는데 더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남녀커플도 있었고 친구끼리 온 사람들도 있었다. 진우와 나도 연인처럼, 친구처럼 컵빙수 하나를 시켜놓고 빨대 두 개 꽂고 앉아 느긋하게 땀을 식혔다. 여름엔 에어컨이 최고다. 나가기 싫다. 서로 이러면서 늘어졌다. 그러고보니 진우와 처음으로 들어온 카페였다. 집에서는, 일상에서는 아이와 카페에 올 일이 그리 흔하지는 않다. 그런데 이렇게 둘이 카페에 들어와 음료를 마시면서 쉬고 있으니 참 좋았다.


땀도 식히고 목도 축인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짜장면박물관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짜장면박물관 외에도 인천개항박물관, 인천개항박물관 기획전시실 그리고 근대건축전시관이 가까이 있다. 이곳 모두 오백원에서 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통합권을 사면 어른은 1,700원 어린이는 800원에 모든 박물관을 입장할 수 있다. 주저할 것도 없이 통합권을 구입하고 우선 짜장면박물관에 들어갔다. 우선 건물 안은 무척 시원했다. 그것만으로도 입장료의 값어치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전시물을 구경했다. 


이 박물관은 공화춘이 있었던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었다. 당시 청나라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중국인들의 생활사를 간단하게나마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와 짜장면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알기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두었다. 실물크기의 사람인형과 함께 식탁에 앉아 모형짜장면을 먹는 시늉을 할 수 있고 천장에서 아래로 쏘는 음식사진들을 보면서 다양한 중국음식들을 눈으로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짜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는지 모형으로 구현해 재미를 더했다. 진우는 구경하는 내내 손가락으로 젓가락을 만들어 떠먹는 시늉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짜장면박물관을 나와 다음 박물관을 향해 걸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일본조계로 넘어가는 길에도 많은 중국식 건축물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이곳은 차이나타운이라기 보다는 청국조계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구한말 인천은 개항장이었고 개항장이란 조약을 체결한 외국인이 들어와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인천은 여러나라가 자유롭게 개항장을 빌려 거주하고 무역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지역이 청국과 일본에게 빌려준 청국조계와 일본조계다. 현재의 차이나타운은 청국조계 일부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어쨌든 우리는 청국에 있다가 이제는 일본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청국조계가 끝나고 일본조계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널찍한 도로와 계단이 나타나는데 이 도로는 두 조계의 경계지점이면서 전혀 다른 문화권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 도로의 가운데에 서서 보면 왼쪽은 일본을 오른쪽은 청국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과거 청일전쟁 이전 청국과 일본이 한국에서 각축을 벌일 때 이 조계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얼마나 으르렁댔을까 상상하니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힘없는 한국의 아련함이 밀려왔다.


일본조계에 들어와 조금 걷다보면 러시아 건축양식의 단출한 건물이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인천개항박물관이다. 옛 조선은행건물이었음을 나타내듯 건물 입구의 윗쪽에 ‘조선은행’이라고 한자로 음각된 이름을 볼 수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구한말 때 썼던 태극기가 위용을 자랑하고 인천해관, 경인선을 달렸을 증기기관차 모형, 우리나라 최초의 군함인 양무호와 광제호 등등 개항기 인천의 서구문물을 접할 수 있는 간단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도 무척 시원했다.


그 다음으로 찾은 곳은 기획전시실인데 마침 공사중이라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조금 더 걸어 근대건축전시관에 들어갔다. 이곳은 인천항에 있었던 다양한 건축물들을 미니어쳐로 볼 수 있어 진우가 큰 관심을 가지고 보았다. 옛 인천항의 모습과 항만시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옛 조계지의 모습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고 이곳도 무척 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다.


에어컨의 시원함은 다 좋지만 딱 한가지 단점이 있다. 이 에어컨 바람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박물관의 전시가 재미있어서겠지만 진우는 나가기 싫어했다. 솔직히 나도 싫었다. 오늘은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날이고 지금은 해가 가장 뜨겁다는 두 시를 갓 지날 무렵이었다. 하지만 편히 앉아 에어컨의 시원함을 누릴 벤치같은 게 없는 박물관에서 아무리 오래 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나가자. 걷자. 그게 여행이니까.


덥다는 진우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덥긴 더운 날이다. “아빠 더워요. 물 마시고 가요” 몇 번이고 물을 마시고 쉬고, 쉬면서 물을 마셨다. 얼마를 걸었을까. 우리는 어느새 중구청 앞에 와 있었다. 중구청이야 공공건물이라 관광코스에도 잘 나오지 않지만 이 건물은 근대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이곳이 바로 일본이 영사관으로 쓰던 건물이기 때문이다. 인천에 거주하던 일본인을 보호하고 통제할 목적에서 파견된 영사가 업무를 보던 곳이다. 중구청을 등지고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곳이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음을 알 수 있고 이 영사관은 일본인 거류지를 내려다 보는 위치에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총 7개의 개항장이 있는데 북한에 있는 영사관은 가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현재 남아있는 영사관과 영사관 부지에 가보면 영사관이 위치한 곳은 한결같이 이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형태를 갖는다.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갖고 위치를 선정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중구청에 들른 김에 잠시 들어가 더위도 피하고 물도 마시고 빈 물통에 물도 채워 나왔다. 업무를 보는 곳이라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중구청 앞에는 한국 최초의 것들이 전시되어 있어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최초의 근대주화, 최초의 근대공원, 최초의 기관차, 최초의 교회, 최초의 자석식전화기, 최초의 축구경기, 최초의 짜장면, 최초의 우체국, 최초의 등대가 인천에서 시작된 최초의 것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것이라 반갑고 이것들이 인천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에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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