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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Jan 22. 2018

경주에서 자전거여행

부자여행:경주편#04

버스에서 내린 진우는 주변의 관광안내소부터 찾았다. 이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안내소를 찾고 거기서 안내지도를 받아 나온다. 지도를 자랑스럽게 흔들며 나오는 진우에게 크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 지도는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여긴 아빠의 고향이니까 말이다.


우선 우리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여행짐이 많지는 않지만 일단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가방을 좀 더 가볍게 한 다음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아빠의 추억여행이기도 했지만 진우에게는 자전거여행이기도 했다. 그래서 특별히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게스트하우스를 골랐다. 다행히 경주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한 곳이 싼 가격에 자전거를 대여해 주고 있었다.


여행가방도 풀고 자전거도 빌릴 겸 숙소부터 찾아갔다. 작은 지방도시가 대개 그러하듯 대부분의 버스는 경주역을 향했다. 버스카드는 물론이고 회수권이나 토큰 같은 버스 승차권도 없던 경주였다. 편리한 버스승차 시스템을 갖출 만큼 경주는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백 원, 이백 원 정도의 버스비를 내고 타고 다니던 그 버스는 이제 사라져 버렸지만 차창 밖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점점 경주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경주역에 내려 미리 알아둔 길을 따라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갔다. 늦가을인데다가 평일이어서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다. 직원은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작은 모텔정도의 규모에 2층이 여자 도미토리고 3층이 남자 도미토리였다. 우린 301호를 배정받았다. 좁은 방에 나무로 된 2층 침대 두 세트가 기역 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네 칸짜리 사물함과 헤어드라이어 그리고 거울이 전부였다. 다행히 전용 화장실이 달려 있었지만 시설은 좋지 않았다.


짐을 빼고 가벼운 가방을 들고 내려와 자전거를 대여했다. 자전거는 구식 엠티비 자전거 열 두어 대와 여성용 미니 자전거 두 대가 전부였다. 그나마 관리가 전혀 안돼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자전거 대여에 관한 여러가지 규칙들을 안내 받고 키를 받아 나왔다. 진우는 엠티비를 타고 싶어했지만 아직 키가 작아 탈 수 없었다. 진우가 탈만한 여성용 자전거는 핑크색이라 꺼려했지만 다른 대안은 없었다. 학교 친구들이 니가 핑크색 자전거를 탔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하고 겨우 안심시키고 나서야 진우를 자전거에 태울 수 있었다.


자전거에 올라타 달리기 시작하면서 진우 표정이 밝아졌다. 한창 몸으로 뛰어놀 때라 그런지 활동적인 걸 정말 좋아하는 진우다. 마당있는 주택에 살아서 그나마 진우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이들 뛰어 노는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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