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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Feb 05. 2018

부자여행, 1년 전 오늘

부자여행:제주편#01

날자, 꿈이 현실이 되다


꼭 1년 전 그날. 


진우와 나는 전주의 어느 곳을 여행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아빠와 아들, 둘 만의 여행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연인이나 친구와 떠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족 모두 함께 하는 여행도 아닌 아들과 둘만 떠나는 여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진우와 네 번의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지금까지 몰랐던 여행의 새로운 모습과 나와 진우의 새로운 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진우와 첫 여행지인 전주를 다녀오는 길에 약속을 하나 했었다. 우리나라를 전부 다녀보자고. 전국일주를 한번 해보자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틈만 나면 다니기 시작했다. 지난 1년 간 우리는 전라도(전주), 경상도(경주), 경기도(인천), 강원도(춘천)를 다녀왔다.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 여행이 되는 이번 여행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 여행을 하고 싶었다.


우선 1박 2일이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에는 올해의 마지막 여행인 만큼 2박 3일로 넉넉하게 일정을 잡았다. 여행기간은 12월 29일부터 31일까지로 하였다. 장소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색적인 세 군데의 후보지가 떠올랐다. 지리산과 설악산 그리고 제주도였다. 세 곳 모두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진우가 몇 번 다녀왔던 곳이니 관광지인 제주도는 제외하고 설악산과 지리산 중에서 고르고 싶었다. 이 산들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최고의 산이다. 초등학생이 이 산을 등반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산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갖고 고난의 행군을 함께하면서 부자간의 돈독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곧바로 설악산과 지리산의 코스와 숙소를 검색했다. 그런데 초등 2학년에게 한겨울에 오르는 산은 모두 위험하고 무리라는 조언들이 많았다. 게다가 이미 대피소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였다. 불가항력적인 장애가 우리 앞에 놓여있었다. 물론 당일치기 코스라던가 차량이동코스 등등 다른 대안들은 있었다. 하지만 난 진우와 함께 어려움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결국 난 등산여행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애초부터 제외했던 마지막 여행후보지였던 제주도를 여행지로 결정했다. 사실 제주도는 너무나 유명한 ‘관광지’였기 때문에 조금 꺼려진 부분도 있다. 우린 ‘여행’을 하는 거지, ‘관광’을 하는 게 아니라는 허세도 조금 있었을 것이다. 여행지로서 ‘제주’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너무 많은 관광지를 품고 있는 제주에서 어딜 어떻게 가야 진우와 내게 커다란 추억을 선물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고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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