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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영 Feb 08. 2018

제주도 가는 길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부자여행:제주편#02

장소는 그렇게 정해졌다. 


이제 어떻게 그곳에 갈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우리같은 ‘육지것’들이 제주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거나. 아직 진우가 어리니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는 크루즈보다는 간편하게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했다. 제주도는 아무래도 교통편의 제약이 많다보니 그리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같은 교통편이라도 얼마나 싸고 편하게 그리고 우리에게 맞는 시간대를 잡느냐가 관건이라면 관건이었다. 제주를 가기로 정한 날 곧바로 항공권 검색에 들어갔다. 시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날짜의 특수성 때문에 표가 넉넉하지도 않았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래저래 검색끝에 적당한 표를 잡을 수 있었다. 1인당 왕복 75,000원. 편도 37,500원 꼴의 교통비다. 와! 이건 지난 번 경주에서 올라올 때 탔던 ktx보다도 싸고 빠르다. 그런데 우리집은 파주 벽촌이라 공항까지 교통이 좋지 않다. 게다가 한겨울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다 보니 이른 시간의 표보다 오후 표를 선택했다. 돌아오는 표도 마찬가지로 제주도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올 수 있게끔 오후표를 끊었다.


비행기 표를 끊었으니 절반은 해결된 셈이다. 비행기표를 예약했으니 숙소만 잡으면 여행 준비는 거의 끝이다. 우리는 여행 중에 계속 게스트하우스에만 묵었으므로 숙박타입을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제주도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이루 다 훑어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후기들이 있었다. 이쯤에서 후기가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정하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이번 제주여행은 1년의 마지막 날에 떠나는 여행인 만큼 조용하게 보내고 싶어 몇 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우선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 보고 느낄 수 있는 곳. 제주만의 느낌을 담은 곳. 관광지가 가깝지 않은 곳. 그런 곳이 어딜까 생각해 봤다. 소박한 어촌마을에 위치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베큐파티나 치킨파티가 항상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제외하기로 했다. 4인실, 6인실 룸메들이 마음 맞으면 한잔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움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인위적으로 마련된 파티에 그것을 목적으로 달려가고 싶지 않았다. 난 초등학생 진우의 아빠니까. 나만의 즐거움을 조금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가격은 거의 모든 게스트하우스들이 비슷했으므로 고려하지 않았다. 제주의 경우 대부분 25,000원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우린 이틀 중 날이 좋은 날 하루를 잡아 일출을 보기로 했으므로 동쪽의 바닷가 인근이었으면 했다.


단순한 기준과 컨셉을 정하고 숙소를 잡으려고 했는데 상당히 디테일해졌다. 하지만 그런 덕택에 게스트하우스를 정하는 건 손쉬워졌다. 인터넷 검색창을 닫고 지도창을 열었다. 그리고 북동쪽에서 시작해 성산일출봉을 거쳐 섭지코지 등을 지도로 답사했다. 좀 무식한 방법이기도 했지만 지도로나마 사전답사를 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소박한 시골마을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기에 마음에 쏙 드는 게스트하우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게 인연이 아닐까.


곧바로 숙소로 전화를 했다. 남자 두 명에 연말의 2박을 예약했다. 이번 여행은 제주에서 주로 자전거를 탈 예정이었기 때문에 자전거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었다. 숙소의 주인에게 혹시 자전거 대여가 가능한지 물었다. 주인은 놀랍게도 무상으로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알려왔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위한 숙소가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자전거가 모두 성인용 엠티비였다는 것이다. 성인용 자전거는 안장을 아무리 낮추더라도 진우가 타기엔 다리 길이가 짧아 무리였다. 그래서 혹시 숙소 주변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는지 물었다. 역시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을 리 없었다. 이를 어쩐다. 내 자전거는 해결됐는데 진우 자전거가 큰일이었다. 숙소 주인에게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부터 숙소에 자전거를 가져갈 방법을 찾았다. 파주에 있는 진우 자전거를 가져가는 것. 제주 시내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숙소까지 싣고 가는 것. 이 두 가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첫 번째 방법은 항공기 운임이 너무 비싸게 나오고 자전거를 손수 포장해야 하는 문제와 오갈 때 두 번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두 번째가 그나마 현실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가 렌트한 차는 레이였다. 자전거가 실릴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대안마저 오리무중이었다. 아무런 결정도 못하고 하루하루 날짜만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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